- 국무부 “北, 인도적 위기 자초”

제재 이완·무기개발 전용 경계

미국 국무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은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제재 끈을 느슨하게 만들려 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비용을 국제사회가 감당하는 상황을 초래하는 점에 경계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는 10일 국제기구 등의 대북 지원 호소가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논평 요청에 “북한 정권이 재원을 자국민의 기본적 복지 대신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과 군사용 무기 자금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는 오로지 북한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북한이 자국민 생활 개선에 써야 할 자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정작 주민 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미명하에 국제사회에서 받아내는 악순환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 인도적 지원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국제사회가 지원해주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이용해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대북제재를 이완시키려 하려 한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아무런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제재 완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면서 제재 완화 틈을 노리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10월 유엔총회 기간 아킴 스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 등을 만나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군용으로 전용되거나 대북제재 이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인의 방북을 제한하는 조치를 진행 중이다. 또 각종 국제기구나 시민단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신청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엄격한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엄격한 제한 조치로 인해 유엔이 확보한 대북 인도적 지원 자금은 2004년 3억 달러(약 3371억 원)에서 올해(11월 기준) 2620만 달러로 14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