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가족史·아픔까지 낱낱이 공개…‘빚투 연예인’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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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인연끊은 아버지
연락도 안되는데 갑자기…

법적문제 끝난 사건도 불쑥
“망신주기 안될 일” 여론 일어

유명 연예인들이 가족의 채무 때문에 구설에 오르는 ‘빚투’(빚too·나도 떼였다)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연예인들은 이미지 실추뿐만 아니라 알려지길 원치 않았던 가족사(史)까지 공개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래퍼 마이크로닷으로 시작된 빚투 논란은 가수 겸 배우 비와 마동석, 방송인 이영자, 소녀시대 티파니, 작곡가 이단옆차기(박장근)를 거쳐 6일 배우 한고은(왼쪽 사진), 조여정(오른쪽)으로 이어졌다. 한고은의 부모는 1980년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지인에게 담보를 부탁한 후 잠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조여정의 경우 14년 전 아버지가 지인에게 3억여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두 사람을 둘러싼 빚투 논란은 기존 사례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아버지와 오랜 기간 인연을 끊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고은 소속사 마다엔터테인먼트 측은 6일 “한고은은 결혼식, 어머니 장례식 때 두 차례 아버지와 만남을 가진 것 외에 20년 넘게 연락조차 안했다. 미국 이민과 동시에 가정을 등한시한 아버지로 인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후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졌다”면서도 “한고은의 아버지로 인해 오랜 상처를 받고 계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밝히게 됐다”고 전했다.

조여정의 소속사 높은엔터테인먼트 역시 같은 날 “조여정의 부모는 과거 아버지의 채무로 인해 이혼했고, 이후 아버지와는 어떠한 교류나 연락도 없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인 아버지와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으나 거처나 번호 또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빚투 논란에 얽힌 연예인이 10명을 넘어서며 대중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부모의 채무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법적인 책임도 없는 연예인 자녀에게 이를 갚으라는 식으로 ‘망신주기’와 ‘흠집내기’를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빚투 논란의 시작이었던 마이크로닷의 사례와 다른 빚투 사례를 구분 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이크로닷의 경우 사기 혐의로 피소당한 그들의 부모가 뉴질랜드로 떠난 후 기소중지돼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고, 마이크로닷과 그의 부모가 방송에 출연해 적잖은 재력을 과시하는 등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재차 상처를 줬다. 반면 다른 빚투 사건은 피해자와 부모 간 단순 채무 관계이거나 법적인 다툼이 이미 마무리된 경우도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빚투 논란이 어떤 근거나 맥락 없이 ‘무조건 연예인 자녀가 갚으라’는 식으로 되고 있다”며 “감정적으로는 피해자들을 이해할 수 있으나, 또 다른 애먼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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