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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어느 정부든 초기의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긴 어렵지만, 그리고 현재 국정 지지율이 크게 낮은 건 아니지만, 하락세가 장기간 계속된다는 점은 문제다. 특히, 공직기강 해이 문제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보도는 우려를 키운다.

포퓰리즘적 여론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국민의 여론에 따라 흔들리는 정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 정당한 요구나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독선적인 정부, 불통(不通)의 정부가 될 것이며, 그 끝이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지난 정권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문 대통령도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계속 강조했던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최근 청와대에서 공직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우려와 비판이 크다. 경찰에 수사 정보를 캐묻던 특별감찰반원의 문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지만, 시작은 별것 아닐 수도 있었다. 불법과 비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정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흔한 개인 비리의 하나로 정리될 수 있었던 문제를 국민 대다수가 심각한 것으로 느끼게 만든 것은 그 후의 사건 전개였다. 모든 감찰반원이 접대골프 등 비위에 연루됐다는 것도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인데, 거듭된 요구에도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후 민정수석실은 특별감찰반원 전체를 교체하는 조치를 했지만, 국민의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휴대전화에 무엇이 담겨 있기에 몸싸움 직전의 강한 반발이 있었는지, 과연 감찰반원들의 비위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일부가 아닌 감찰반 전체가 그렇게 됐는지, 혹시 청와대 내의 다른 조직에는 유사한 문제가 없는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해명 없이 문 대통령의 “믿어 달라”는 말로 국민을 설득하기엔 사안이 너무 엄중하다. 이미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민간인 폭행,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에 이어 이번 사건이 또 터진 것은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가 이미 뿌리 깊은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고, 그 근본 대책을 더는 미루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끊임없이 개혁과 적폐청산을 주장해 왔다.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영장 청구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적폐청산은 국민 주변의 생활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제 외부를 향한 개혁과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권 내부를 향한 개혁과 적폐청산에 주력해야 할 때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 정부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개혁의 진정성을 국민이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은 그만큼 불신이 큰 탓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에 따라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남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변해야 하고, 남의 적폐를 청산하기에 앞서 내 사람들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대통령을 믿고 따르겠는가.

제갈량이 군령을 따르지 않았던 마속을 처형하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를 남긴 것도 솔선수범하지 않고는 패전한 병사들을 이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의 현재 상황은 그와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