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꿀~ 꺽’ ‘맛난’ 박물관 가볼까

이미지 크게보기 막국수를 직접 눌러 뽑아 맛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관광공사 추천 ‘12월 여행지’

서울 뮤지엄김치간
배추에 양념 비벼 한입에 쏙~

이천 쌀문화전시관
즉석 도정한 가마솥 밥 냠냠~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
국수틀에 메밀면 뽑아 호로록~

보성 한국차박물관
녹차 떡에 뜨끈한 茶한잔 음~

박물관을 찾는 여행은 계절이 따로 없지만, 겨울이 그중 낫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박물관에서는 전시물을 좀 더 자세하게 보게 된다는 것도 겨울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다. 한국관광공사가 12월의 여행지로 박물관을 제안했다. 박물관 중에서도 먹을거리를 주제로 한 박물관만을 골랐다. 평소에는 예사로 지나쳤던 생활 주변의 것들을 차분하게 만나는 박물관 여행. 전시관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까지 즐긴다면 금상첨화다.

# 밥상 위의 김치를 박물관에서…서울 뮤지엄김치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間)’은 국내 첫 김치 박물관이다. 1986년 김치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2015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엄김치간이란 간판을 내걸고 재개관했다. 박물관은 소규모지만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보관 공간 등을 관련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알차게 전시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전시 때문인지 이 박물관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와 김장 문화라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설명한다. 박물관은 4∼6층을 각각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4층 ‘김치마당’은 박물관 투어가 시작되는 공간. 중앙에는 사이버 김치 테이블이 마련되어, 배추와 양념에 손을 대고 버무리면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5층에는 실물 김치를 보관하는 공간인 ‘김치움’이 있다.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 지역별 김치 수십 종이 있다. 6층은 체험 공간이다. ‘김장마루’에서는 김치 담그는 수업이 주중과 주말 오후에 진행된다. 김치 담그기 체험이 아니라도 ‘김치맛보는방’에서 세 가지 김치를 시식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이미지 크게보기 이천 쌀 홍보를 위해 쌀알 모양으로 건축한 경기 이천의 농업테마공원 안내소.

# 맛있는 밥을 박물관에서…이천 쌀문화전시관

경기 이천의 쌀문화전시관은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이름났던 이천 쌀의 우수성과 우리나라와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은 ‘이천 쌀’의 유래를 알리는 성종의 수라상 그림으로 시작한다. 이야기인즉, 성종이 세종릉에 성묘하고 궁으로 돌아가던 중 이천에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맛이 좋아 그때부터 진상미로 올리게 됐다는 것.

쌀문화전시관에서는 이천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 맛볼 수 있다.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 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도정할 수 있다. 바로 도정한 쌀알을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하고 달콤하다. 보관이 어려워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오분도쌀은 현미보다 부드럽고 백미보다 고소해 인기가 높다. 미리 신청하면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전시관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고, 쟁기와 가래, 벼훑이 등 옛날 농기구를 전시한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벼훑이로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질해서 쭉정이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라면 쌀 한 톨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작은 표주박에 알록달록 색칠하거나, 김홍도의 ‘추수도’를 탁본으로 떠보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쌀문화전시관은 이천농업테마공원에 자리 잡았다. 이천농업테마공원은 도시민에게 농촌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천시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013년 조성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는 무료.

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보성의 한국차박물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몽중산다원의 모습.

#직접 눌러 먹는 맛…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막국수를 테마로 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은 건물 외형부터가 특별하다.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가마솥을 본떠 박물관을 지었다. 박물관 1층은 전시관으로 꾸며, 춘천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 막국수 조리 과정 등을 보여준다. 선조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디딜방아와 맷돌 등 각종 도구도 전시한다.

막국수가 왜 춘천의 대표 음식이 됐을까. 해설사의 설명은 이렇다. 춘천은 조선 시대부터 양구, 화천, 인제 등지에서 재배한 메밀을 한양으로 보내기 전에 모으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제분소가 많았는데, 제분소 주변에서 메밀가루를 반죽해 눌러 먹던 것이 춘천막국수가 됐다는 게 한 가지 설. 1960년대 화전 정리법이 시행되면서 화전민이 동네로 내려와 먹고살기 위해 막국수 집을 열었고, 1970년대 후반 이른바 ‘마이카 족’들이 춘천을 찾으면서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2층 체험장. 관람객이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틀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면을 뽑는다. 이렇게 뽑은 면으로 즉석에서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웬만한 식당 못지않은 맛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이미지 크게보기 김치와 김장 등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인 서울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의 테마공간인 김치마당.

# 차분하게 차 향을 즐긴다…보성 한국차박물관

전남 보성의 한국차박물관은 차의 역사와 문화를 살피고, 더불어 은은한 차 향까지 즐길 수 있는 차분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1∼3층 전시실과 5층 전망대로 구성되는데 1층 ‘차 문화실’만 둘러봐도 차에 관한 책 한 권 읽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차에 대한 상식이 상세하다.

2층 ‘차 역사실’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차 유물과 다기 등을 전시한다. 전시품 중에서 보성 덤벙분청사기가 눈길을 끄는데, 덤벙 기법으로 만든 다완도 볼 수 있다. 덤벙분청사기는 철분을 함유해 차의 쓴맛을 내는 타닌을 중화한다고 알려졌다. 3층 ‘차 생활실’은 차를 몸으로 배우는 자리. 다관에 물을 따르는 동작부터 차를 우리는 순서, 음미하는 과정 등을 배운다.

한국차박물관 옆에는 ‘차 만들어 보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차 만들기와 차 음식 만들기, 녹차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차 음식으로는 녹차떡케이크나 홍차스콘을 만들고, 천연 화장품은 스킨과 로션, 스킨과 미스트, 보습크림, 오일과 향수 중에서 선택해서 만들 수 있다. 체험프로그램은 예약이 필수. 참여자가 15명 이상이어야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국차박물관 일대에서는 오는 14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차밭에 조명을 설치하는 빛 축제가 열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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