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해역에서 출토된 남송시대 유물. 문화재청 제공

中 산지서 만든 청자접시 등
중세 유물 550여점 쏟아져
동아시아 교역 기착지 입증

흑산도와 제주도가 중세 동아시아 해상교역로 기착지라는 사실이 또 다시 입증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전남 신안군 흑산면 인근 해역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역에서 진행한 수중문화재 조사에서 남송(南宋)대 중국도자기 등 550여 점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5일 밝혔다.

흑산면 해역은 제보자 신고로 긴급히 조사했으며 중국의 고급 도자기 산지로 알려진 ‘저장 성(浙江省) 룽취안 요(龍泉窯)’에서 만들어진 양질의 청자 접시 등 50여 점의 중국도자기가 확인됐다. 제주의 신창리 해역은 제주대와 제주박물관에서 1996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수중조사 후 유물이나 선체의 추가 매장 여부를 확인하고자 조사가 시행됐으며 ‘금옥만당(金玉滿堂)’, ‘하빈유범(河濱遺範)’의 글자가 새겨진 청자발 조각 등 500여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국립해양문화재 연구소 관계자는 “두 해역의 유물들은 모두 중국 남송 시대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국 푸젠 성(福建省) 도자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저장 성 룽취안 요’에서 제작한 청자인 만큼 유물들은 고려와 남송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해상 교역로에 흑산도와 제주도가 중요한 기착지였음을 확인해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참고로 흑산도 바닷길은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徐兢)이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송나라에서 고려로 오는 항로 중 하나로도 기록돼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한치윤이 쓴 ‘해동역사(海東繹史)’에는 탐라(제주도의 옛 지명)에서 바닷길로 가면 송나라와 일본을 쉽게 갈 수 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