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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현 前 ICC 소장 등 세계인권선언 70주년 토크콘서트

“김정은 등 비회원국 원수들은
국제형사재판소 영향 못미쳐
중대 국제범죄 처벌하자는 것”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자는 논의가 수년간 줄기차게 이뤄졌지만,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ICC만이 국제형사범죄를 조사해 처벌하는 기관은 아닌 만큼 다른 특별한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송상현(사진) 전 ICC 소장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스퀘어 드림홀에서 주한 EU대표부·유엔인권서울사무소 주최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송 전 소장은 “ICC의 재판관할권은 로마규정을 비준한 국가에만 해당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북한의 김정은 등 비회원국의 국가원수에게는 재판권이 미치지 않는다”며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 것은 중대한 국제형사범죄자를 처벌하려는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이처럼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ICC는 직접적인 인권 법원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인권을 추구하는 간접적 인권 법원”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ICC의 창설은 유엔 창설 다음으로 인류 최대의 발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철폐 운동을 20년 가까이 벌여 온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탈북민 여성들에 대해 “압록강 유역, 중국, 미얀마, 한국 등에서 여러 차례 성 착취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한 성매매업소에서 경찰과 구출작전을 벌였는데 탈북민들이 오히려 강제침입으로 받아들인 사례를 소개한 조 대표는 “성 매수자와 알선자만 처벌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선 국제사회의 인권 현황과 다양한 측면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양희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모든 인권 조약의 원칙은 차별 금지”라며 “특히 이주 노동자·난민 등 중첩된 차별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관은 인권 정책의 입안에 대해서도 “투명한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어떻게 권리가 실현될 수 있을지, 국가가 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수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 위원은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권이 퇴보하는 상황이지만, 시민사회가 버티고 있고 국가 인권 기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법이 제정되더라도 실제로 가동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여성 관련 법은 여성운동이 지켜내지 않으면 사문화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