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김정은 환영’ 유인물에… “독재자 미화 부끄럽지 않나”

이미지 크게보기“김정은 환영” ‘서울남북정상회담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가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대한애국당사 앞에서 “분단 적폐 세력에 맞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북단체 선동에 거센 비판

강의실서 환영 발언하자
“학교 이름 팔지마라”반발

일부학생, 환영 반박 대자보
“남북관계 잘 모르는 학생들
친북 성향으로 만들려는 것”

‘남북정상회담 환영’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미화한다는 논란을 일으켜 온 친북 성향 단체의 활동이 대학가까지 파고들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왜 학교 이름을 빌려 독재자를 미화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명물거리에서는 ‘백두 한라 만나 평화’라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연 곳은 지난달부터 이화여대 교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이화여대 환영위원회’였다.

참가자 서모(여·20) 씨는 “북측을 혐오의 시선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며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선 노래, 퀴즈, 자유발언 등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한 학생은 “신촌 한가운데에서 북의 지도자를 환영하는 날이 오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그간 이화여대 곳곳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강의실에 들어가 발언을 하는 등 홍보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재학생 이모(여·24) 씨는 “김정은은 북한 정권의 독재자인데 너무 긍정적으로만 본다”며 “학교 이름이 들어간 단체명을 사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모(여·23) 씨도 “김정은을 환영하든 말든 관심이 없지만, 단체에 학교 이름을 붙이면 대표성이 생기기 때문에 무관한 다른 학생들이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4일 “학교에 공식 환영 모임이 있는 것처럼 오인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학생들의 답변을 받은 뒤 대응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박 대자보를 붙인 학생도 나왔다. 박성은(여·23) 씨는 지난달 27일 이 단체의 대자보 밑에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독재를 비판하지는 못할망정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당신들이 부끄럽다’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박 씨는 “이화여대는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학교”라며 “그런 학교의 학생들이 어떻게 기쁨조를 선발하고 강제 임신·낙태를 시키는 나라의 대표를 옹호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화여대 외에도 대학가 곳곳에선 ‘김정은 찬양’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일고 있다. 고려대 주변인 6호선 안암역, 연세대 주변인 2호선 신촌역, 한양대 근처인 2·5호선 왕십리역 등에는 최근 ‘백두칭송위원회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 명의로 ‘환영! 김정은 국무위원장님 서울방문’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왕십리역 근처에서 현수막을 본 대학생 신모(25) 씨는 “남북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대학생들을 친북 성향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촌에서 만난 윤모(여·24) 씨도 “남북은 아직 휴전 상태”라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김정은을 환영하더라도 안보를 위한 경계심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연·이희권 기자 jaeyeon@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김정은 체포” 대한애국당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당사 앞에서 백두수호대 기자회견에 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