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가 2012년 6월 12일 미국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의 부시 가문 별장에서 남편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 최장 결혼생활 대통령 부부’ 조지 H W 부시의 ‘사랑 이야기’

17세, 16세때 성탄절 첫 만남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
전쟁서 극적 생환 1945년 결혼
자신의 뇌격기 ‘바버라’로 불러

“내가 만나 본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이었어요. 그가 방으로 들어왔을 때 숨을 쉴 수조차 없었죠.”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지난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바버라 여사의 러브 스토리에 전 세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조지-바버라 부시 커플은 73년 해로한 끝에 같은 해에 생을 나란히 마감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대통령 부부다.

2일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는 각각 17세, 16세 때인 1941년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처음 만났다. 붉은색과 녹색이 섞인 드레스를 입은 바버라 여사의 모습에 매료된 부시 전 대통령은 친구에게 ‘그녀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바버라 여사 또한 건장하고 상냥한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출신 은행가의 아들과 뉴욕의 거부 ‘매콜스(McCalls) 매거진’ 발행인의 딸, 두 명문가의 만남이었다.

첫 만남의 설렘을 간직한 채 둘은 떨어져 지내야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명문 사립고인 필립스 아카데미를 마치기 위해 매사추세츠주 앤도버로, 바버라 여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있는 학교로 돌아갔다. 이듬해 부시 전 대통령이 18세의 나이로 미 해군 최연소 전투기 조종사가 돼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랑을 속삭였다. 부시 전 대통령은 생전에 손녀에게 “바버라와 주고받은 편지는 나의 전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둘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1944년 참전 중이었던 부시 전 대통령이 몰던 어뢰 폭격기가 태평양에서 일본 방공포에 맞아 격추됐다. 하지만 그는 낙하산으로 탈출했고 바다에 표류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잠수함에 구조됐다. 둘은 1945년 1월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몰던 뇌격기에 ‘바버라’라는 이름을 붙였고, 바버라 여사는 “부시는 나의 영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버라 여사는 1994년 회고록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나는 세계에서 가장 운이 좋은 두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그는 매우 품위 있고 평화로운 임종을 맞았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임종한 날 아침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베이크?”라고 물었고,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천국에 가죠”라고 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야”라고 말했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NBC ‘미트 더 프레스’에서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단임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회상했다. 임종 직전 자손들의 인사를 차례로 받은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통해 “사랑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