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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L ‘북런던 더비’ 아스널戰

페널티 박스 안 왼쪽 돌파중
태클에 넘어져 페널티킥 얻어

데일리메일 “다이빙” 지적에
미러는 “수비수 발에 닿았다”

느린 화면으로 상황 살펴보니
방향 전환중 ‘발 접촉’ 확인
토트넘 선수중 평점 7.5 최고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 할리우드 액션 논란에 휩싸였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손흥민은 결코 ‘연기’ 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끝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의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했다. 손흥민은 79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을 형성했고 활발하게 움직였다. 손흥민은 유럽무대 통산 100호 골을 다음으로 미뤘지만 슈팅 3개가 모두 유효슈팅이었을 만큼 정확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페널티킥을 얻었다. 1-1 동점이던 전반 34분. 케인이 절묘한 힐 패스로 공을 손흥민에게 넘겼고, 손흥민은 특유의 질풍 같은 돌파로 페널티 박스 안 왼쪽으로 파고 들었다. 수비수 2명이 손흥민을 막기 위해 따라왔고,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던 순간 롭 홀딩이 태클을 시도했다. 손흥민은 곧바로 넘어졌고, 주심 마이크 딘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아스널 선수들은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주심에게 달려들며 거칠게 항의했고, 이를 말리던 토트넘 선수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펼쳤다. 아스널의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소풀로스는 손흥민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면서 소리쳤다. 손흥민이 태클에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넘어지는 연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을 ‘다이빙’, 더선은 ‘트릭’에 비유했다. 할리우드 액션으로 심판의 오심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살펴보면 손흥민의 왼쪽 발에 태클하던 홀딩의 왼쪽 발이 닿았다. 홀딩이 손흥민을 심하게 걷어찬 건 아니지만 접촉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페털티 박스 안에서의 태클은 페널티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무척 많기에 극도로 조심한다. 홀딩이 손흥민에게 태클을 시도한 건 당시 너무 긴박했기 때문. 게다가 홀딩의 왼쪽 발은 방향을 전환하려던 손흥민의 왼쪽 발목을 정확하게 겨냥했다. 자칫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태클이 상대를 저지할 목적이 아니라 발목 등 특정 신체 부위를 겨냥하게 되면, 태클에 접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경고를 받곤 한다. 선수 보호를 위해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태클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 영국 매체 미러는 홀딩의 왼발이 손흥민의 왼발에 부딪히는 사진과 함께 “홀딩이 손흥민과 ‘접촉’하는 증거”라는 설명글을 실었다.

손흥민은 아스널과의 경기 직후 “치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공을 한 번 접자(방향 전환) 수비수가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태클했고 이 때문에 넘어졌다”면서 “나는 ‘다이빙’ 하는 선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반칙이라고 생각했고 주심 역시 그렇게 판단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고 덧붙였다. 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이 공격포인트를 챙기지 못했는데도 토트넘에선 최고인 평점 7.5를 부여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2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손흥민이 얻은 페널티킥을 케인이 골문 안으로 집어넣어 토트넘은 2-1로 앞서나갔다. 손흥민은 앞서 0-1로 뒤진 전반 30분 페널티 박스 왼쪽 바깥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프리킥을 찼고, 에릭 다이어가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득점을 올렸다. 손흥민은 후반 34분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돼 벤치로 돌아왔다.

토트넘은 그러나 2-4로 역전패했다. 연고지 라이벌전에서 패한 토트넘은 10승 2패(승점 30)가 돼 4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아스널은 9승 3무 2패(승점 30)로 4위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아스널이 +14로 토트넘의 +10에 앞선다. 아스널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포함, 19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양 팀 선수단은 그라운드에서 물리적인 충격을 빚었고, 관중석 역시 뜨거웠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양 팀 팬 7명이 체포됐다. 토트넘 팬 중 1명은 아스널의 가봉 출신 공격수 피에르 에메리크 오바메양을 향해 바나나 껍질을 던졌다. 바나나 껍질 투척은 흑인 등 유색인종을 원숭이로 비하하는 인종차별 행위다. 또 아스널 팬 2명은 연막통에 불을 붙이려다 붙잡혔다.

손흥민은 오는 6일 오전 5시 열리는 사우샘프턴과의 홈경기에서 시즌 2호 골이자 유럽 통산 100호 골에 재도전한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