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아미타여래도. 독존(獨尊) 형식은 세계적으로 채 10점도 안된다.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 특별展 내일 개막

美·英·日 등 5개국서 450점
국보 19건·보물 33건에 달해

금속공예·청자·나전칠기부터
고려인 일상 담은 ‘茶店 코너’
불교문화의 정점 대장경까지

“인쇄와 출판에서 위대한 발전을 이루는 동시에 철학과 종교, 과학 지식의 습득과 확산을 촉발한 이 시대는 많은 역사학자에게 ‘황금기’로 여겨진다. 예술과 문화에서도 전례 없는 업적을 남겼다. 고려의 장인들은 훌륭한 청자, 우아한 불화, 그리고 최고급의 금속 상감 공예품 및 나전칠기를 제작했다.”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개막을 하루 앞두고 3일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을 찾은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고려를 그렇게 높이 평가했다. 이날 특별전 개막에 앞서 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 통합과 화해의 시대, 문화에서 길을 찾다’란 타이틀로 개막 기념 명사 초청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고, 이리나 보코바 전 사무총장 외에 수웨이 악소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회장, 한즈-마틴 힌즈 전 ICOM 회장, 루이스 랭커스터 UC버클리대 명예교수와 박종기(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준비위원장) 국민대 명예교수 등이 강연을 했다.

내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계속될 ‘대고려전’은 고려가 주변 나라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이룬 찬란한 미술과 그 문화적 성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특히 광복 이래 이번 대고려전처럼 한 시대를 통합적으로 묶어서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최초여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를 위해 박물관에 모인 고려 유물만 한·미·영·이·일 5개국 45개 기관 소장품 450점이다. 그중에는 국보가 19건, 보물이 33건에 이른다. ‘아미타여래도’를 대여해준 이탈리아 동양예술박물관을 비롯, 영국 영국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작품을 빌려줬고, 법보종찰 해인사,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간송미술문화재단 등 국내 34개 기관의 고려유물 소장품도 박물관을 찾았다.

전시는 수도 개경을 중심으로 바다와 육로를 통해 다양한 물산과 교류 양상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당대 최대의 미술 후원자였던 고려왕실의 왕실미술품인 회화·금속공예품·자기 등을 보여주고, 불교문화의 정점을 이뤘던 고려 시대에 인류의 지혜와 소통의 노력이 발현된 대장경을 살펴본다. 고려 문화의 독자성과 다원성이 나타나는 불상과 불화도 다수 전시된다. 특별전에서는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으로, 예술성의 정점을 이룬 공예 미술의 아름다움도 만날 수 있다. 당시의 신기술에 대한 고려인의 도전을 보여준 고려청자와 치밀한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나전칠기 유물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차를 마시던 공간에서 바라봤을 경치와 귓가를 스쳤을 소리, 실제 차를 덖는 향기를 전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고려의 다점(茶店)’ 코너는 신비스러운 고려 유물 앞에서 맞닥뜨린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공간이다.

배기동 관장은 “삼국과 조선 시대와 달리 국민에게 고려는 ‘잊힌 역사’ ‘소외된 역사’처럼 여겨지지만 고려는 앞선 왕조가 지닌 문화적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열린 태도로 융합했고,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할 만큼 개방적이었다”며 “당나라 멸망 후 중심국가가 없이 다원화된 국제질서 아래 물적·인적 교류를 활발히 했고, 결국 고려만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북한에서 대여해 와 스승인 해인사의 희랑대사 좌상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었던 왕건상은 개막일까지도 도착하지 않을 경우 자리를 비워 둔 채 전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금동십일면천수관음보살좌상.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