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회의는 열었지만… 30일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에서 안상수(왼쪽) 예결특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오늘 예산심사 시한 못지킬 듯
小소위 ‘깜깜이 심사’ 기대게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0일 예산안소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심사에 나섰으나, 이날 중 감액심사도 마무리하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법 제85조3항에 따르면 예결특위는 이날까지 예산안 심사를 모두 마쳐야 하지만 ‘예산소위 감액심사 → 증액심사 → 예결특위 전체회의 의결’로 이어지는 절차를 못 지키는 게 기정사실화했다. 이 때문에 헌법상 12월 2일로 돼 있는 국회 본회의의 예산안 의결 시한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예결특위가 감액심사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예산안 심사 시한 종료를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5년 새 가장 늦게 예산소위가 꾸려진 데다 그마저도 4조 원에 달하는 세입 결손분을 어떻게 채울지를 둘러싼 공방으로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 3인, 원내대표 3인 등 7인으로 구성된 소(小)소위를 열어 증액심사와 보류된 사업에 대한 감액심사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어 회의록도 남지 않는다. 어디서 언제 열렸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민원이나 각 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증액 사업, 여야 간 이견이 커 심사를 보류한 사업이 모두 소소위에서 논의되게 됐다”며 “여야 간 어떤 나눠먹기 합의가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예산안 심사 때마다 ‘밀심 심사’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소소위가 올해에도 어느 때보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된 셈이다.

여야는 당초 30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며 헌법 위반은 기정사실화됐다. 헌법 제54조 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여야는 다음 달 3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심사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선거제도 개편 등과 예산안 처리가 맞물려갈 가능성이 있어 하염없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에서는 12월 7일 처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회가 헌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이것이야말로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