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이 2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왼쪽부터). 전국법관대표들이 동료 판사들의 탄핵촉구를 결의한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27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는 70대 남성이 김명수 대법원장이 타고 있는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던져 불길이 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적폐청산 명분 분열 조장
끝없는 사법불신 초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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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삼중살(三重殺)’ 상황에 놓여 있다.

관련 판사들에 대해 국회는 ‘탄핵’으로, 검찰은 ‘수사’로, 법원 내부는 ‘자체 징계’로 각각의 살생부를 마련한 모양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화염병 테러는 법원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례없는 삼중살 상황으로 사법부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단면으로 해석된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내부까지 앞다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라는 이른바 적폐청산에 나선 결과라는 의미다.

삼중살로 인해 법원의 신뢰 추락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법원은 조만간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 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특히 12월 3일 열리는 3차 징계위원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는 지난 6월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바탕으로, 검찰의 기소 등과는 별개의 조치다.

검찰의 기소 명단이 나오면 징계 법관은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일부 판사는 자신의 SNS에 징계를 검토해야 할 판사가 13명이 아니라 93명에 달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거쳐야 하는 법관 탄핵 과정에서도 수많은 법관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론재판과 인민재판으로 상당수 판사가 ‘생매장’당하는 등 법원이 초토화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중의 살생부가 다를 경우도 문제가 생긴다. 법원이 징계를 결정한 법관이 ‘죄’가 없어 검찰의 기소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법관의 징계는 최대 정직 1년으로, 정직 기간이 지나면 법원으로 돌아와 재판할 수 있다. 징계를 받지 않은 판사는 본인이 기소돼도 자신이 맡은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규정상 문제는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탄핵, 기소, 징계 요건이 다를 수 있어 대상자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대 아래 설 국민에겐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은 ‘주홍글씨’ 법관의 재판을 신뢰할 국민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삼중살 와중에 법원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보혁 갈등 양상으로 쪼개지며 불신은 재판 전체로 번지고 있다. 이미 결론이 난 온갖 종류의 판결에 대한 시비가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삼중살의 피해자가 오롯이 국민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중의 살생부가 춤추는 굿판을 이제는 걷어치워야 할 때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임정환 사회부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