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항의하며 퇴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서 있는 사람)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간사 회동에서 정부가 예산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심의를 재개할 수 없다며 퇴장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전문가들 “개념 너무 포괄적
정부가 제출할 의무는 없어”
일각 “법조항 적극 해석해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올 스톱’으로 이어진 ‘4조 원 규모 세수 결손 대책’ 공방은 정부 예산안에 중요한 변화 요인이 생겼을 때 정부가 국회에 수정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애매한 법적 규정에서 기인한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35조(국회 제출 중인 예산안의 수정)는 “정부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후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그 내용의 일부를 수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주장한다. ‘부득이한 사유’라는 것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개념일 뿐만 아니라 ‘제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수정안 제출이 의무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27일 “예산안 편성권은 정부 측에 있는 만큼 수정예산안을 내고 안 내고는 정부의 판단”이라며 “예산 결손이 발생할 때 법적으로 명확하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여야 공방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출신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가재정법은 국가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 주고 있는 만큼 수정예산안 편성 여부도 원칙적으로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야당도 재정 건전성을 위해 수정안을 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일부 전문가는 법 조항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모든 것을 국가가 알아서 한다면 국가재정법이 왜 필요하겠느냐”며 “법 취지는 예산을 꼼꼼하게 짜서 낭비를 막으라는 것인 만큼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예산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