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20일 워싱턴에서 대북정책 공조를 위한 워킹그룹 첫 회의를 가졌다. 워킹그룹의 활동은 북한이 비핵화 쇼만 할 뿐 실질적인 조치를 거부하며 핵·미사일 활동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으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때까지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변함 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조율이 절실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워킹그룹이 자동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균열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밝혔다. 또 한·미를 ‘2인용 자전거’에 비유하며 “병렬적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킹그룹 역할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이 서로 알지 못하거나 서로 의견을 나누지 않은 채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의 과도한 남북 협력 시도가 북 비핵화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따라서 워킹그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분명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연히 북핵(北核)의 완전한 폐기와 한·미 동맹(同盟)을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외교부는 워킹그룹 첫 회의 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 남북협력 등 북핵 및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공동의 목표임을 재확인하면서 회의에서 이를 위한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간 워싱턴에서는 문 정부의 대북 독주 현상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많았다. 대북 공조를 둘러싼 불협화가 사사건건 발생했고, 그 결과물이 워킹그룹이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거부하며 한·미의 틈을 벌리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워킹그룹은 비핵화가 물 건너가기 전에, 동맹 균열이 더 깊어지기 전에 그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장치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