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역장성 415명 대국민성명

韓美연합체제 구조적 변화징후
군사합의서, 비합리적·허구적
안보역량 붕괴시킬‘利敵 합의’

北, 詐術·강박의 깃발 흔들며
공산화 통일전략 노골적 추구

‘제2의 6·25’ 가능성 대비해야

전직 국방부 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이 포함된 예비역 장성 415명이 이름을 올린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이 21일 9·19 남북군사부문 합의 관련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고 대국민 성명서까지 발표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이 과속을 넘어 안보 토대인 한·미 동맹을 흔들고 나아가 안보 역량 붕괴라는 재앙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예비역 장성이 무려 400여 명이나 ‘집단행동’을 한 것은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국가에 대한 충성과 규율 준수를 생명으로 여기는 군 출신 인사들의 집단행동 배경엔 평화의 토대는 안보에 있다는 확신, 그리고 비핵화 없는 국가안보는 없다는 신념을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우려는 이날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종구 예비역 육군대장이 “국가안보 차원의 위기는 건국 이래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의 주적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두고 국민은 심하게 분열돼 있고, 세계 최상의 연합방위체제로 평가받는 한미연합방위체제는 구조적인 변화 징후들을 보이고 있다”고 밝힌 것에서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질적인 변화 징후가 추호도 없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고도의 사술(詐術)과 강박의 깃발을 흔들며 위장 평화 공세를 통한 한반도 전역 공산화 통일 전략 전술을 노골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군사 합의서는 비합리적이고 허구적이며 대한민국 안보 역량만을 붕괴시키는 이적성(利敵性) 합의서”라고 규정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이날 미리 공개한 ‘남북 합의와 안보 국방’ 발제에서 “북한의 오판과 한국의 안일, 미국의 공약 불이행, 기타 요소가 결합해 제2의 6·25전쟁이 발생하는 등 1975년 남베트남에서 일어난 사태가 한국에서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양적으로 한국의 2배에 해당하는 북한의 재래식 기습공격 능력, 북한의 핵 사용 위협, 국민의 대북 경계심 약화, 정부의 안보 위기 불감증, 정치화되고 비전문적인 군대, 한·미 동맹의 약화와 북한의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라는 목표는 불변으로 퍼펙트 스톰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