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자들 ‘SNS 정치’

온라인 정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NS가 정치에 잘못 활용될 경우 소통과 협치보다는 되레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SNS를 정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얼굴) 미국 대통령이다. 각종 사안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백악관 공식 논평이나 미국 언론보다 앞서 자신의 트위터로 알린다. 이 때문에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전 세계 외교 담당 기자들은 그의 트위터를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5500만 명에 달한다.

문재인(왼쪽) 대통령도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SNS를 적극 활용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신과 의사이며 치유 전문가 정혜신 씨의 신간 ‘당신이 옳다’를 (아세안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며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해 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최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음에도 타협점을 찾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페이스북 팔로어 77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현안이 있을 때마다 SNS에 글을 올리는 등 갈수록 직접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4320만 명의 페이스북 팔로어를 보유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SNS를 정치에 활용하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또 ‘브라질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SNS를 활용해 인지도를 쌓고 ‘변화’를 자신의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해 결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인이 유권자와의 직접 소통에 매달리는 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우려를 표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SNS 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집단화 현상”이라며 “원래 SNS는 양방향 소통으로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만 결집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배격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SNS가 쌍방향 소통이 아닌 일방적 홍보로 활용된다면 부정적 기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