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취재원을 찾아내기 위해 기자의 통신기록을 조회하고 추궁하듯 압박한 것이 드러나 경남지역 기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경남울산기자협회와 언론노조,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20일 검찰이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해 기자의 통신기록을 조회한 뒤 추궁하듯 참고인 조사를 했다며 검찰 규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기자가 직업윤리를 앞세워 취재원을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며 취재원을 색출하고자 통신기록까지 조회했다”며 “검찰 수사권 남용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해당 기자는 기사 작성 당일 통화기록을 열거하는 검찰 관계자에게 통화들에 대해 일일이 소명하라는 식의 추궁을 당했다”며 “이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기에 기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 둔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이 문제가 갖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과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6·13지방선거 정치공작 진상조사위원회는 선거를 앞두고 소속 단체장 3명이 경찰 수사를 받자 지난 4월 이용표 경남지방경찰청장을 직권남용과 피의사실 공표, 공무원 선거 관여 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은 이 청장이 사천시장에 대한 표적 수사, 양산시장과 창원시장 후보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등 직권을 남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다음 달 선거사건 종료를 앞두고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지난 1월 ‘사천시장 집무실 압수수색…뇌물수수 혐의’ 기사를 쓴 해당 기자에게 4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내용을 누구에게 알게 됐는지’ 등을 물으며 취재원을 확인하려고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기사가 보도된 시점 전후 이틀치 기자의 통신 내역을 조회했고, 이를 근거로 통화 대상자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사건 중 사천시장 건은 피의사실이 해당 기자의 압수수색 기사를 통해 최초로 보도돼 기자의 통신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최소한의 수사라고 판단했고 향후 부실수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