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결의 채택과 文정부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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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한반도인권·통일을위한 변호사모임 대표

유엔은 북한의 인권침해를 강도 높게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제3위원회에서 표결 없는 동의 방식으로 지난 15일 채택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은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해 올해가 14번째로, 반(反)인도범죄 책임을 물어 북한 지도부(leadership)를 안전보장이사회로 하여금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케 하여 처벌을 권고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 최종 통과가 확실시되며, 이 경우 결의안은 2014년 북한 김정은을 사실상 인권침해 책임자로 규정한 이래 5년 연속 채택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 북한 인권 단체들은 올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김정욱 선교사 등 자국민 석방 △정치범수용소 해체 △국군포로 생사 확인과 송환 △강제송환 탈북민에 대한 처벌 중지 △전시 및 전후 납북자 생사 확인과 송환 △이산가족 자유 왕래 문제 등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남북의 평화 공존을 위해 답방이 꼭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백두칭송위원회’와 ‘서울시민환영단’이라는 단체가 등장했다.

그러나 올해 70주년을 맞는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더라도 인권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인권은 자유와 정의, 평화의 기반이 됨을 세계인권선언은 엄숙히 밝히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집권 이후 고모부와 이복형도 무참하게 처형·살해하고 무수한 사람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 공포통치를 하고 있다. 북핵 위기의 본질은 주민에게 쓸 돈을 핵·미사일에 퍼부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북한의 인권 부재에 있다. 이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도 이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또,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북한 인권 증진에 관한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남북 인권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도 북한인권법에 의한 북한인권재단은 출범도 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인권대사도 임명되지 않고 있으며, 통일부나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이나 인원은 형편없이 삭감돼 북한 인권 단체들은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국제사회의 조롱에도 아랑곳없이 지난달 유럽 순방에 이어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서도 대북 제재 완화를 부탁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 대통령의 행보는 국민을 거짓 평화로 오도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위배된다. 이에 북한 인권 단체들은 지난 6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 인권을 외면한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일 제3차 기자회견에서는 정치범수용소 피해자들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인도범죄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한다.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악랄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끝으로, 이번 유엔 북한인권결의를 계기로 꼭 기억해야 할 날이 있다. 오는 23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소련 공산당에 맞서 맨주먹 붉은 피로 진정한 평화를 갈구한 신의주 반공학생의거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야크기까지 동원한 무자비한 탄압으로 23명이나 살해되고 무수한 학생이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그나마 교과서에 한 줄이라도 실렸던 첫 자유의 성전을 어찌 잊을 수 있는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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