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률개정 사안 많아

환노·법사위장 맡은 한국당
“현실과 부합 안해” 부정적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와 관련, 단결권에 관한 공익위원 합의안을 20일 내놓았다. 앞으로 단체교섭·쟁위 행위까지 포괄해 노사정 합의를 거쳐 ILO 핵심협약 비준한다 해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협약과 서로 충돌하는 국내법이 적지 않아 앞으로 국회 관련법 개정과 비준까지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약과 상충하는 대표적인 국내법은 △해고된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둘 수 없게 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노동자를 협소하게 정의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제약하고 있는 노조법 제2조 제1호 △공무원·교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 제4조, 교원노조법 제3조 △공무원·교원의 단체행동권을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 제11조, 교원노조법 제8조 △사실상의 노조설립허가제 운영의 근간이 되는 노조법 12조 등이다. 국내법과 충돌 지점이 있는 협약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거나 법을 개정한 후에 비준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협약 비준 내용이 입법사항인 경우 법 개정도 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의지와 달리, 비준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20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장, 고용노동소위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이 모두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일단 관련 법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원회 통과도 쉽지 않다.

국회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내용을 따져봐야겠지만 우리나라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이 많다”고 협약 비준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국내법이 ILO 협약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비준을 위해서는 우선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법안 처리가 기약 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국회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입법으로 정리할 부분은 해야 한다”며 “‘선(先)입법·후(後)비준’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협약과 충돌되는 국내법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한국당이 반대할 경우 정기국회 혹은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도 관련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노동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먼저 비준한 뒤 추후에 국회에 동의 절차를 구하는 ‘선비준 후입법’ 방안을 주장한다. 그러나 경사노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선입법·후비준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계의 반발도 비준에 부담이다. 경영계 요구 사안인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의 의제는 추후 논의 과제로 미뤄졌다. 공익위원 제안대로라면 전교조 합법화는 물론이고 실체를 갖추지 못한 노조의 난립, 해고자와의 임금 협상 등이 불가피해져 향후 노사관계가 한층 더 살얼음판을 걸을 정도로 악화할 것으로 경영계는 우려하고 있다.

정진영·민병기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