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 등 워크숍 분주

올 사상 최대 실적 냈지만
대출규제·경기악화 맞물려
미래 먹거리 경쟁 치열해져
디지털 강화·해외진출 집중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시중 은행들이 내년 사업계획과 중장기 비전 마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대출규제와 경기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쉽지 않은 데다 포용적 금융 등 정부 역점 정책에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경영진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리더십 회의로 앞서 지난 16일 KB금융지주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내년도 경영계획 워크숍의 후속 논의 차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 1일 창립기념일에 디지털 전환 원년이 선포된 만큼 내년 사업계획도 디지털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16일 하나금융지주가 경기 용인시 신갈 연수원에서 개최한 임원 워크숍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수수료 이익 증대 방안 등이 논의됐다. 다른 은행들도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사업부문 별로 현황과 신규 사업진출 가능성 등을 파악하고 있다.

은행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통적인 수익원은 감소하는 반면 신성장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 등으로 전통적인 이자이익 확대는 제동이 걸렸지만 디지털, 해외진출 등 미래 먹거리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정부 정책에 맞춰 새로운 수익원으로 거론되고 있는 우량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시장 불안 등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중기, 가계 부문 모두가 어디 하나 쉬운 곳이 없다”며 “그나마 글로벌 부문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인데, 아직 과실을 따 먹기엔 이르고 글로벌 은행 간 경쟁도 상당히 치열해져서 이 부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벌써 내년 실적에 대한 우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내년 국내은행의 대출자산성장률은 명목 경제성장률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업 및 가계대출 증감률 모두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도 은행들의 전반적인 흐름은 디지털 강화와 해외진출이 될 것”이라면서도 “목표는 같지만 어떤 세부방안을 갖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