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예정된 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고 주식매매 정지에 들어간 가운데 16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중앙지검 특수2부 배당 가능성
국정농단 특검때 ‘투톱’ 이었던
尹지검장·한동훈 3차장이 지휘
당시 ‘의도적 가치 왜곡’ 결론내

법조계 “이미 한번 판단한 사안
정해진 결론대로 수사할 가능성”
금융전담 남부지검 적절 의견도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검찰 고발 입장을 밝힌 가운데 16일 법조계에서는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수2부는 2016∼2017년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축이었던 윤석열 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의 지휘를 받는 부서다. 삼성바이오의 가치 산정이 관련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박근혜 정부가 관여했다는 내용은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이었고, 당시 특검팀은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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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정해진 수사? = 증선위는 내주 초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 사건은 이미 지난 7월 참여연대 등의 고발로 특수2부에 배당된 상태여서 이번 분식회계 관련 고발 사건 역시 같은 부서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행위 주체가 같을 경우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동일 부서가 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간 검찰은 금융당국의 조사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문제는 특수2부를 지휘하는 윤 지검장과 한 차장이 국정농단 특검팀의 핵심 인력이었다는 사실이다. 법조계에서 ‘결론이 정해진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스스로 이미 한 차례 결론을 내린 수사에 대해 다른 결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건을 금융범죄전담청인 서울남부지검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특검팀은 이미 삼성물산의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가 부풀려졌고 이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특검 관계자들이 지휘부로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사건을 배당하는 것은 이미 결론을 내놓고 수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와 재판 어땠나 = 당시 특검 수사 결과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합병비율 산정을 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였던 제일모직의 대주주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높아지면 제일모직의 가치도 높아지는 구조였다.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됐다. 실제 공소장에는 “자신(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을 통해 지분 46.5%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추진”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애널리스트가 산정한 가장 낙관적 보고서를 기준으로 했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관련한 환경규제 완화·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탁” 등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떠받치는 내용이 다수 등장한다.

임정환·정유진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