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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확산되는 개탄 ‘이게 나라냐’
서울 한복판 “김정은” 함성 속
靑은 북한 미사일 기지 ‘옹호’

잇단 不法 점거농성 방관하며
法治 붕괴 지켜만 보는 공권력
‘민노총 공화국’ 汚名도 자초

여기저기서 ‘이게 나라냐’는 개탄이 다시 잦아지고 있다. 좌파·친북 성향 단체 13개가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해, 14일 서울 도심 곳곳에 김정은을 떠받드는 현수막을 걸고 활동을 본격화한 사실은 그런 개탄이 나오게 한 가까운 예다. ‘김정은’ 제목의 연설 대회도 열 예정인 이들은 지난 7일 결성 선언문에서 ‘자주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 모두 감동했다. 그 정점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결단이 있다’고 했다. 만세를 부르며 “김정은” 연호(連呼)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정 농단이 드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한 촛불집회·시위에서 사용된 구호 ‘이게 나라냐’가 문재인 정부에서 되살아나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그 구호가 ‘촛불 민심’이라며, 당선 일성(一聲)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약속했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9일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직후인 밤늦은 시간에 촛불집회 현장인 광화문광장을 찾아 이렇게 연설했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 그런데 문 정부 출범 후 1년 6개월 남짓인 시점에 왜 그 구호가 유행어가 되다시피 하고 있겠는가. 좌파 운동권의 이념이나 사회 일각의 집단이기주의까지 촛불민심으로 둔갑시켜 국정을 이끌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가 청와대의 ‘북한 대변’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최소 13곳의 비밀 기지에서 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며 ‘북한이 기만해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이 미사일 기지들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이 미사일 기지 폐기가 의무 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 미신고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신고해야 할 어떤 협약도,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신고받을 주체도 없다”고 했다. “북한이 기만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북한 정권 대변인의 브리핑으로도 들릴 만하다. 그런 명시적 약속·협정이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NYT 보도를 ‘가짜 뉴스’로 몰며 반박도 했지만, 보고서 작성자는 재반박했다. 국가정보원도 14일 “북한에서 핵·미사일 관련 활동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노동·스커드 등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 기술 개발 등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 이처럼 엄연히 대한민국에 더 직접적 위협으로 존재하는 북한 미사일 기지를 북한 정권 아닌 청와대가 감쌀 일은 결코 아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북한 미사일 기지를 어떻게 한국이 옹호할 수 있을까. ‘가짜 (비핵화) 외교’를 위해선가”라고 반문한 취지도 다를 리 없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점령군’ 행세와 함께, 이를 사실상 방관·방조하는 공권력의 비(非)정상적 대처도 ‘이게 나라냐’는 개탄의 대상이다.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민노총은 국회·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수사기관의 심장부인 대검찰청에서까지 점거농성을 벌였다. 최근 3개월간 민노총이 불법 점거해 농성한 관공서가 7개에 이르지만, 경찰은 대부분 ‘나설 일이 아니다’는 식이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선 심지어 3차례에 걸쳐 시설보호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경찰은 주변 교통 상황 관리만 했다고 한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울산지부가 지난 5일 자동차 부품회사 진입로를 17시간 동안 봉쇄해 부품 납품을 막음으로써, 부당한 요구인데도 회사 측이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집회의 자유가 있어서 행패를 부리지 않으면 개입할 수 없다”며 지켜보기만 했다고 한다. 도대체 경찰의 눈엔 어떤 게 행패인지 묻고 싶다. 그러니 ‘경찰은 불법을 자행하는 자들의 편이었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13일 국회에서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가지고 보고 있다”며 무너지는 법치(法治)마저 지켜보겠다는 식이었다. 민노총에 지나치게 휘둘린다고 해서 ‘민노총 공화국’ 오명(汚名)까지 자초한 문 정부는 그러고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