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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읽자 / 한기정 지음 / xbooks

“저 인간은 왜 저러지….” 그 같은 고민과 탄식으로 인해 사람들은 심리학책을 찾는다. 인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우리 자신 혹은 타인의 마음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른다. 400년 전 쓰인 셰익스피어의 글에도 인간에 대한 고민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갖은 노력이 돋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신비한 인간관계의 사전’이라고 부른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이 바로 셰익스피어다”라는 말도 남겼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토대로 인간의 감정을 12개 키워드로 분류,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시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책을 영문학 비전공자가 썼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출신에, CEO까지 지낸 데다가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어쩌다 셰익스피어를 읽기 시작, 재미를 느껴 37개 희곡을 다 읽게 됐다고 한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에 빠지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 문제해결능력은 끈질기고 강인한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고전 읽기와 통하는 바가 있다. 고전이란 대체로 읽기가 쉽지 않지만 어렵게 읽어내면 노력한 이상을 우리에게 보상해준다. 인간에 대한 공감능력이 중요한 이 시대에 우리가 그것을 배우기에는 고전 중에도 셰익스피어 작품만 한 것이 없다.”

저자는 전문가가 아닌 애호가의 입장에서 독자들이 쉽게 셰익스피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원칙을 지켰다. 첫째 문학적 가치나 학술적 해석보다 셰익스피어가 본 사람과 세상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그 첫째다. 그리고 둘째로 셰익스피어가 관찰한 인간 본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마지막으로 대사를 가능한 한 많이 원전 그대로 인용했다. 464쪽, 1만8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