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비난 퍼붓는 당신… ‘내가 정의롭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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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 /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지난해 일본의 전직 아나운서 고바야시 마오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나이 34세. 많은 팬이 슬퍼했다. 그런데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5일 후, 남편인 가부키 배우 이치카와 에비조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간 것이 목격됐다. 인터넷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고 사람들은 그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나무랐다. 일본의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묻는다. 이것이 이토록 비난받을 일인가. 사람들은 “아내가 세상을 뜬 지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빨리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비난했지만 그가 엄마를 잃은 아이들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려고 한 일이라면 어떻겠는가. 또 그가 아이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갔다고 아내 잃은 충격과 슬픔을 다 떨쳐 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저자는 인터넷 시대, 잘못했거나 잘못했을 거라고 판단한 인물을 타깃으로 철저하게 비난을 퍼붓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바람피운 연예인에게, 소방차를 주차해 놓고 점심을 먹은 소방관에게, 동일본대지진 이후 꽃 구경을 간 사람들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각종 사건 가해자의 경우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신상이 공개돼 난도질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적당히 비난받을 만한 사건, 비난해도 되는 사람들을 고르고, 비난을 쏟아붓고, 비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잘못을 들추고 잘못된 점을 부풀린다. 하지만 뻔해 보이는 모든 일의 사정은 타인이 보는 것과 달리 그 이면에 많은 진실을 품고 있다. 저자는 여러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들의 공격적인 성향은 욕구불만에서 비롯됐다”고 밝힌다. 자신의 비난을 정의감으로 확신하며 가해자를 공격함으로써 마치 피해자를 대신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이 정의롭다는 자아도취에 빠져들면 점점 더 공격적이 되고, 대상자가 사과라도 할 경우 정의감을 보답 받은 것 같은 심리에 빠진다. 대상이 파괴되면 만족감은 더 커진다. 모든 것은 정의감으로 포장하기 때문에 죄의식은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가세하는 사회적 요소에 주목한다. “정의가 힘이 된다”가 아니라 “힘과 권력이 곧 정의다”라는 정의가 통하지 않는 사회의 경우 이들의 욕구불만은 더 삐딱해져 어떻게든 힘을 가지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마음먹기 때문이다. 더 위험한 것은 많은 사람이 자신이 정의를 밀어붙이는 사람인지 모른다는 데 있다고 했다. 방법은 자기반성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내가 생각하는 정의, 내가 말하는 정의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를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264쪽, 1만4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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