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8년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저마다 다양한 연말 계획을 세우는 시기가 됐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연말에 있는 공연들은 이미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고 입소문이 난 레스토랑 또한 예약을 가득 채워가고 있는 듯하다. 상당수의 사람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거나 새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아진 탓이다.

공휴일과 연말의 개념이 불분명한 우리 승무원들은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한국에 있기도 하고, 혹은 해외에 체류 중이기도 한데 그렇게 몇 년의 비행 생활을 하다 보니 특별한 연말의 추억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대륙의 축제라고 볼 수 있다. 11월 말부터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해당 도시의 특색을 살리는 다양한 먹거리와 이벤트들로, 여행객은 물론 지역 사람들 또한 들뜨게 한다. 마켓은 대부분 두 달여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딱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기간 내에만 머무른다면 그 분위기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나 또한 2년 전 12월에 프랑크푸르트 비행으로 독일을 방문했었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뉘른베르크로 가서 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겨울에 먹는 따뜻한 와인인 뱅쇼와 소시지만으로도 한 해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계절이 반대인 호주 등 오세아니아주로 가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서머 크리스마스’라는 이름 아래 짧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산타복을 연출하며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꼭 눈이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증명하듯 해변에서 산타복을 입은 서퍼들이 스키장 못지않은 곡선을 그려낸다. 조금 더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다면 오세아니아로의 여행을 계획해봐도 좋겠다.

연말이 되면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어디서 할지도 고민이 된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해보고 싶은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나는 딱 세 번 해외에서 새해를 맞이했는데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일본 후쿠오카에서였다. 뉴욕에서는 비록 타임스스퀘어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새해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LA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연말 파티를 하기도 했다. 지친 비행을 마친 직후였지만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의 추억을 만든다는 설렘이 몸을 움직여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냈다. 후쿠오카에서는 밖에 나가서 화려하게 맞이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순간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쩌면 가장 행복하게 맞이했던 새해였을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 보니 한국이 아닌 곳에서 새해를 맞이했던 적이 딱 한 번 더 있었다. 바로 비행기 내에서 날짜가 지나갔던 순간이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였기에 다들 한국 시간에 맞춰서 조용히 카운트다운을 했고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지난 일 년의 아쉬움을 떨쳐내기도 했다.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의 단 1분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의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꼭 한 번은 가도 좋겠다고 권장하고 싶다.

대한항공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