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기준 변경에 대해 ‘고의적 분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와 함께 검찰에 고발하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시가총액 22조 원으로 국내 유가증권시장 6위 기업인 삼바는 상장 폐지 심사까지 받게 됐다. 핵심 쟁점은, 삼바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회계 변경한 것이 적절했느냐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합작사 미국 바이오젠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뒤늦게 반영한 것이 정상적 경영 활동이냐, 의도적 기획이었느냐의 문제다. 2016년 말 참여연대 등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할 때만 해도 금융감독원은 ‘문제 없음’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4월 특별감리에 착수했고, 지난 5월 1일 회계처리 위반이라고 삼바에 통보했다.

대선을 1주일여 앞두고 정권 교체가 확실시되는 시점에 180도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금감원 입장을 추인한 증선위 심사가 진행 중일 때 결론은 이미 정해졌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정권 내 반(反)삼성 기류와 정치권 압박 분위기에서 선택의 폭은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바 측은 “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삼바가 회계 방식을 바꿀 때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3곳에 자문했고, 2016년 11월 상장 때도 금감원은 문제 삼지 않았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의견이 팽팽히 맞설 경우 전문가 견해와 기업 입장을 우선 반영하는 것이 추세다. ‘코드 결정’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결정이 뒤집히면 시장경제는 후퇴한다. 이미 삼바 투자자는 패닉에 빠졌다.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작다 해도, 소송이 장기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 등 해외기업은 입찰 과정에서 윤리성을 중시한다. 국내 바이오 간판기업에 ‘분식’ 낙인이 찍히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인도 하락과 투자(投資) 위축도 우려된다. 미래산업을 키우는 데 발 벗고 나서진 못할망정 싹을 죽이는 정부의 근시안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