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국회 무시와 ‘야당 패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을 문제 삼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경질을 요구한 데 대해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면 반박했다.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이상은 모두 8명”이라며 “이들 중 7대 인사 배제 기준을 위반한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겉으로만 보면 거짓말은 아니지만, 사안의 본질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야당의 요구는 ‘부적격 장관’이 계속 기용되는 데 대한 우려와,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움으로써 그런 일을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가 야당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장관의 적격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도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나아가 삼권분립의 정신을 묵살해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위장전입 등 5대 인사 배제 원칙을 제시했다. 제대로 지킬 수 없자 다시 ‘7대 기준’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적격·부적격을 가리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최근 유은혜·조명래 장관 경우에도 다른 요인들이 겹쳐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그런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청문회 취지를 계속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문 대통령과 각 정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첫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를 열고 합의문도 냈다. 갑자기 협치가 이뤄질 리 없지만, 그래도 국정을 주도해야 할 청와대가 야당 존중 시늉이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청와대 행태는 야당은 협력 대상이 아니라는 식의 독선으로 비친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15일 “야당을 주머니 속 사탕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독선은 갈등과 불행을 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