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자문기구 보고서 파장

“中 대북제재 이행사항 보고서
180일이내 의회 제출”권고도

SCMP “中, 亞헤게모니 추구
軍 무력행사위험 커지고있어”

미국 의회 자문기구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 기조에도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으며 미·북 비핵화 협상 답보에 따른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중국이 대북 제재 공조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목표가 주한미군 감축 등을 통한 한·미 동맹의 약화에 있다고 적시해 미·중 간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4일 발간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은 이미 대북 제재 이행을 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의 최대 압박작전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이 빈발했던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미국과 대북 제재를 공조했으나 올해 들어 북·중 관계가 밀착되면서 공해상 선박 환적 등을 통해 제재 완화를 실행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UCESRC는 보고서에서 “미·북 대화가 실패하고 현 긴장 완화 상태가 유지될 경우 미국이 중국을 대북 제재로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북한과 외교적으로 밀착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 유지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를 유지할 경우 중국이 대북 제재 공조 전선에서 더 이탈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UCESRC는 미 재무부에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180일 이내에 의회에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연계된 중국의 국유은행 등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의 비공개 리스트 제출도 권고했다.

UCESRC는 또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의도가 한·미 동맹 약화에 있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목표는 전쟁 회피, 북한의 안정 유지와 함께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런 목표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공식적인 종전선언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 등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위해 북한 비핵화는 후순위로 미룬 채 한·미 동맹 약화를 분명한 전략적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제 협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고립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UCESRC는 아울러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중국이 북·중 국경을 통한 난민 유입, 대량파괴무기 통제 약화, 남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UCESRC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의 육·해·공군이 있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대항할 능력을 갖췄으며, 아시아 지역 헤게모니를 추구하면서 무력을 행사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UCESRC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등 첨단 제조업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 의회의 의뢰로 작성된 미국 평화연구소의 보고서에도 “미국이 중국과 거대한 파워 경쟁 시대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