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호신, 임실 필봉산 필봉마을, 한지에 수묵담채, 193×273㎝, 2003년. 이화여대박물관 제공

“지역에서 만난 인정에 이끌려 밤을 지새우고, 이슬비에 옷 젖듯이 땅의 숨결에 취한 시간이 ‘생활산수화’로 지속되었다.”

한국화가인 이호신 화백이 ‘작가노트’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화백은 지리산 자락인 경남 산청의 남사 예담촌에 거처를 정한 후 강원부터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사람과 자연 등 마을의 참모습을 붓으로 기록해왔다. 이화여대박물관은 진경산수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필치와 색감을 선보이고 있는 이 화백의 기증 특별전 ‘마을진경’을 12월 31일까지 연다. 이 화백은 1997년부터 이화여대박물관과 인연을 맺어 왔으며 지난 2015년에는 마을과 사람들을 그린 화첩 스케치북 등 269점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박물관에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시에는 기증작 가운데 5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경주 설창산 양동마을의 봄, 경주 세심마을 옥산서원, 곡성 가정마을 대보름 달집태우기, 고창 상갑리 고인돌마을, 충주 단월 달래강의 밤 등 정감 넘치는 풍경이 화폭에 담겨 펼쳐져 있다. 고구려 옛 유적지인 중국 지안(集安)과 환런(桓仁) 지역을 그린 ‘오녀산성의 밤’ ‘환도산성의 겨울’과 같은 작품들도 공개된다. 그중에는 길이가 3m에서 8~9m에 달하는 대작들도 상당수 섞여 있다.

1997년 박물관 큐레이터로 이 화백을 처음 만났던 장남원 이화여대박물관 관장은 그의 작품에 대해 “간편하게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 그림으로 옮기면 쉬우련만 굳이 이 산으로 올라 저 계곡으로 내려오고, 이 봉우리에서 굽어보다가 저 봉우리에서 조망하는 시점은 생물학적 인체의 눈과 공학적 기계가 담아낼 수 없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산수와 사람의 마을을 재구성하는 화풍으로 굳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월∼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