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용절벽 속에 실업 한파가 외환위기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서 실업자는 9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9000명 불어났다. 10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0월 이후 가장 많다. 3.5%로 0.3%포인트 오른 실업률도 13년 만의 최고다. 고용률은 9개월 연속 하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이어갔다. 취업자는 6만4000명 늘었지만, 30만 명을 웃돌았던 지난해 평균과 비교하면 5분의 1 토막이다. 체감 실업을 반영하는 ‘쉬었음’ 인구도, 구직단념자도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단기 알바’를 급조하는 등 무리수까지 동원하는데도 고용참사는 호전될 기미가 없다.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이사는 13일 “정책적 불확실성이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3대 민감업종으로 꼽히는 도·소매, 숙박·음식업, 시설관리 부문에서만 10월 28만 개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도 7개월째다. 반면 재정이 지원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고용은 15만 명 넘게 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월 평균 10만382명 신규 취업자 가운데 공공 부문이 62%에 달했다. 세금일자리로 고용재난을 간신히 틀어막는 형국이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공기업·공공기관 등의 팔을 비틀어 단기 공공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드는 대책을 내놨다. 2∼3개월짜리 임시직·인턴·아르바이트가 태반이다. 그 덕에 10월 취업자 실적이 지난 3개월보다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눈속임은 오진(誤診)을 부르고, 결국 더 큰 위기(危機)를 초래할 뿐이다. 문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는 늘고 있다”고 한 것과는 거꾸로 지난 1년 비정규직 비중은 더 커졌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벌어졌다. 일자리 양·질 모두 역주행한 참담한 고용성적표는 정책 오류 때문이다. 세금 일자리는 신기루일 뿐이다. 둑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데, 둑을 다시 튼튼히 쌓지는 않고 구멍만 임시로 막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머지않아 둑 전체가 무너질 것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