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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 삼성전자는 안으로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가진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재, 반도체 칩 등 스마트폰의 모든 요소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전환점으로서, 스마트폰의 미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접으면 4.6인치 스마트폰, 펼치면 7.3인치 태블릿 PC가 되는데, 주 화면에서 인터넷 브라우징,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 3개의 앱을 사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지만, 수익성에서 애플에 뒤처지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지난 몇 년간 판매 정체로 고전했다.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폴더블폰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다시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로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우선, 폴더블폰을 최초로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가 아니다. 지난 10월 31일,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이 폴더블폰 출시 발표회를 가졌다. 로욜은 6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와 중국 광둥성 선전, 홍콩 등지에서 동시에 설립된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으로, 창업 3년 만에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자 류즈훙(劉自鴻)은 중국 칭화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30대 중반의 젊은 기업인이다. 비록 로욜이 발표한 폴더블폰이 삼성의 제품보다 품질 측면에서 떨어지고 로욜이 아직 스마트폰 제조 경험이 없다고 해도 혁신 선도자로서 로욜의 도전은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잠재적인 경쟁자가 혁신을 선도하면서 새로운 승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신뢰하기보다는 손에 잡히는 제품에 집중하는 제조업체의 문화를 갖고 있기에 제품보다는 서비스가 경쟁의 핵이 될 폴더블폰 시장에서 다소 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전자가 관련 생태계 확장 방안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폴더블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나 서비스 그리고 관련 기기들과의 연동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약점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폴더블폰과 외부와의 연동을 제어할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에서 삼성전자가 조금 늦었다는 점도 불안한 점 가운데 하나다.

마지막으로, 폴더블폰은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용자의 검증을 통해 진화해야 하는데, 폴더블폰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서 국내 시장의 여건은 결코 좋지 않다. 폴더블폰은 모든 사물과 사람들이 연결된 5G 환경에서 단순한 오락이나 여가용 콘텐츠를 넘어서는 원격의료, 자율 주행차, 스마트홈, 공유경제 등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나 콘텐츠의 접점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득권의 저항이나 규제 완화의 실패로 신기술의 실험장이 되지 못한다.

폴더블폰은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폴더블폰이라는 혁신을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시 도약하려면 제조업체 마인드를 탈피해야 하지만,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정부의 규제 완화와 같은 기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