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訪美 조명균(가운데)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전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 인천공항 2터미널 출국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대북제재 유지·정상회담 연기
지렛대 강화하는 美와 엇갈려
美 반대… 도로 공동조사 연기

文대통령, APEC 참석차 출국
푸틴·시진핑 등과 회담 추진
대북제재 완화 등 언급 가능성

조명균 장관도 4박5일간 방미
폼페이오 만나 ‘경협’ 설득할듯

미·북 비핵화 협상이 삐걱거리면서 미국은 대북제재 유지와 미·북 정상회담 연기 등을 통해 대북 지렛대를 강화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은 역방향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남북 경협에 쓰일 5000억 원대의 남북협력기금 비공개 예산을 편성했다. 여당은 복권 판매 수익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쓰자는 법안을 발의하고,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대규모 방북단을 꾸려 평양 방문을 추진하는 등 북한에 제공할 선물꾸러미 마련에 분주하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남북 사업을 대북제재 예외로 해야 한다는 설득전을 펼치는 등 남북 경협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3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접견을 조율 중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돼 있다. 주요국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성의 있는 조치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관련 정보도 공유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는 중·러와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대북제재의 고삐를 오히려 더 죄고 있는 미국의 대북 기조와 차이가 커 미국의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13일부터 4박 5일간 방미 일정에 돌입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만나 남북관계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대미 설득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은 연내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과 이를 위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 일정을 조율했지만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미국과의 협의 불발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조 장관은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1조977억 원 중 5300억 원을 비공개로 편성해 야당으로부터 예산 심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비공개 예산 대부분은 철도·도로·산림 협력 등 남북 경협 사업에 쓰일 항목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2명은 12일 복권 판매 수익금 일부를 남북협력기금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남북협력기금법’과 ‘복권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은 12월 7∼8일 정치인, 기업인 150여 명으로 구성된 방북단을 꾸려 남북 경협 본격화에 대비해 평양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여당이 대북제재 완화와 남북 경협 확대를 위한 일사불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