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알 아시리 부국장, 이란 사령관 암살 모의회의 참석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들이 1년 전에도 정적 암살을 모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전 암살 모의를 상당 부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카슈끄지 사건의 책임을 물어 최근 경질된 정보기관 부국장 아흐메드 알 아시리가 지난해 3월 있었던 정적 암살 모의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전쟁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알 아시리는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NYT는 당시 알 아시리 등이 민간 기업인들을 만나 이란과 경제 전쟁을 위한 자금을 거론했는데 당시 기업인 중 한 명을 인용, 알 아시리 등이 경제 전쟁보다 이란 군부 실세이자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카심 술레이마니의 제거, 즉 암살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NYT는 이 기업인이 사우디 정보기관의 계획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부왕세자이자 국방장관을 맡아 사우디 왕실의 실세로 부상하던 시점이었고, 이때부터 그의 측근들이 정적 제거 등 암살 모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사우디뿐 아니라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도 오른 인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와 그의 조직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모의는 UAE 왕실 고문인 레바논계 미국인 조지 네이더가 주선했고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도 참석했다고 NYT는 전했다. 네이더는 모의에 앞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고 논의된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타임스도 네이더가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백악관 관계자들과 이란과 경제 전쟁을 모의했으며 빈 살만 왕세자와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알 아시리 장군과 관련 논의를 해라”고 답을 줬다고 네이더는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언급된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경쟁 후보들을 흠집 내는 여론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