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행태가 갈수록 더 ‘점령군’을 방불케 하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고한 총파업에 앞서, 지난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를 점령하고 가진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 모습은 대표적 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 집회(주최 측 추산 7만 명, 경찰 추산 4만 명)로 극심한 교통 체증을 초래해 시민 불편을 키웠기 때문만이 아니다. 사실상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를 ‘촛불 민심’으로 둔갑시킨 이들은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세상을 멈춰야 한다”며 ‘촛불 세상’을 외쳤다.

문 정부 출범 과정의 ‘촛불 지분’을 내세우며 억지를 부리는 이들의 행태는 대한민국을 ‘민노총의 나라’로 착각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게 할 만하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대회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 재벌이 다시 자기 세상이 열리듯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재벌체제의 청산과 사법 농단 세력의 처벌만이 진정한 촛불 세상”이라고 한 배경이 무엇이겠는가. 문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면 확대 등 민노총의 무리한 요구를 적잖게 수용했는데도,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식이다. 그렇잖다면 “정부와 국회가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고 자본가의 요구인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려 한다”며 여·야·정 합의까지 매도·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느 인사가 무대에 올라 “촛불 항쟁 선봉에 서고도 (노동자가) 토사구팽당하는 현실” 운운한 것도, 대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포위하자”며 청와대로 행진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지엠 노조원들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며 “표 구걸할 생각하지 말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라도 문 정부와 여당은 민노총 비위 맞추기에 급급해하지 말아야 한다. 도를 넘은 오만과 억지에 계속 휘둘리면, 국민적 개탄과 우려의 대상인 ‘민노총 공화국’이 더 현실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