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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뒤 안맞는 에너지 정책

정부, 재생연료 보급차원 결정
벙커C유보다 오염물질배출 ↓

기존 석유발전소 사용 가능해
재정지원 없이 비용절감 불구
정부 발전소 폐지추진과 상충
업계 계획수립 난항 등 부작용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해 내년부터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석유대체연료로 인정하지만,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른 석유(벙커C유) 발전소 폐지 방침과 서로 충돌해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바이오중유는 바이오디젤 공정 부산물, 동·식물성 유지(油脂) 등 생물유기체를 원료로 혼합한 벙커C유 대체연료다. 내년부터는 폐식용유도 바이오중유 원료로 쓸 수 있게 된다. 기존에 발전용으로 쓰이던 벙커C유는 1t 가격이 석탄 2∼3t과 비슷할 정도로 저렴하지만, 화석연료 중 가장 품질이 낮고 황 함유량이 많은 단점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으로 바이오중유를 꼽고 있다.

바이오중유를 사용하면 발전 과정에서 황산화물이 배출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산성비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바이오중유로 발전할 경우 벙커C유 대비 질소산화물 배출은 31%, 일산화질소 32%, 미세먼지는 18%씩 줄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도 효과적이다. 기존 중유 화력 발전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약 80%, 자원소모지수는 87%나 각각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특히 바이오중유 발전소로 전환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태양광, 풍력 등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지원금으로 연간 3000억 원 이상씩 국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올해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 따른 FIT 예산이 3805억 원에 달했다. 바이오중유 발전은 별도 설비투자가 없으니 정부 재정 지원도 필요 없다. 100% 바이오중유 발전으로 시험운영했던 제주 중부발전의 경우 탈황·탈질(탈질소) 설비를 돌리지 않아도 돼 오히려 연간 2억 원 수준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정부는 지난 9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부터 발전용 바이오중유를 전면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중유 사용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벙커C유를 국내생산 기반 연료로 대체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석유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석유 발전 용량은 4.2GW인데, 2.8GW 규모 석유 발전소를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바이오중유 확대 정책과 억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꼴이란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모순적이다 보니 발전사 입장에서는 바이오중유만 사용하는 발전소로의 개조 결정이 지연되고, 그 결과 바이오중유 생산업계도 중·장기 투자 및 사업계획 수립이 어려워지는 연쇄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화력발전소를 무작정 없앨 게 아니라 바이오중유 발전소로 전환한다면 현재 발전소를 활용할 수 있어 국가 전체적으로도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