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국… 펜스와 회담 할 듯
시진핑과 양자회담도 적극추진

미·북 비핵화 협상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해외 순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11일 군 수송기로 북한에 제주산 귤 200t을 보내는 등 대북 유화 기조를 유지해온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펜스 부통령 등을 상대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3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대상국인 아세안 국가들과 관계를 격상시키는 한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이 예정돼 있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한다. 펜스 부통령, 시 주석과도 양자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에서 조만간 재개될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충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4개국 순방을 앞두고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전례 없는 외교·경제적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방침이나 대북제재 완화론에 대해 우려나 유감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이나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나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성의 있는 조치 등을 언급할 경우 미국의 불신을 초래, 한·미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시작될 수도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