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에서 세계적인 K팝 한류(韓流) 스타를 북한에 데려가 사실상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면서 더불어민주당 남북문화체육협력특위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7일 “특위에서 내년 정도에 방탄소년단 평양 공연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힌 것으로 9일 보도됐다. 그는 “관계 국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북이 협력하면 가능한 일”이라며 “큰 틀에서 (대북)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남북이 힘을 모아 문화·예술 교류를 열심히 하는 것이 민족적 과제”라고도 했다.

세계 무대에서는 영어 이름 BTS로 불리는 방탄소년단을 평양에 데려가 ‘정치 쇼’를 하겠다는 것으로, 발상부터 시대착오의 전형이다. 연예인을 정치인이 제멋대로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당사자와 협의·합의도 없이 공연 추진 계획을 불쑥 내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운운한 사실에서도 입증되듯이, 북핵 폐기를 위한 대북 제재보다 남북 교류 확대에 급급해하는 문재인 정권의 빗나간 지향 그 연장선으로도 보인다. 문화 교류일지라도 무분별한 확대는 대북 제재에 틈을 벌리게 마련이라는 것은 상식인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셈이다.

BTS 팬과 네티즌들이 ‘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연예인을 동원하는 것은 전체주의 시절에나 있었던 일’ ‘미국 맨해튼에서 공연해야 할 세계적 스타가 왜 김정은 앞에서 쇼를 해야 하느냐’ 등으로 개탄하는 이유도 달리 없다. BTS뿐만이 아니다. 한류의 주역들을 정치에 끌어들여선 안 된다. 정치로 오염된 한류는 세계가 외면한다. 한류의 세계 확산을 훼방 놓기도 하는 반(反)문화적 발상은 당장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