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만나 미·중 무역전쟁의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키신저 접견때 밝혀

무역전쟁 협상타결 신호 분석
수입 확대·지재권 카드 쓸 듯
핵심이익들엔 후퇴 불가 피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미·중 고위급 외교안보대화와 11월 말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미·중 무역 전쟁 양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서 주목되고 있다. 대신 시 주석은 ‘중국이 선택한 발전의 길’에 대한 인정을 요구해 무역역조와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 등을 놓고 타협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헨리 키신저(95) 전 미 국무부 장관을 접견해 “중국은 미국과 평등과 상호 이익에 기초해 서로 양해하고 양보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우호적 협상을 통해 양국 간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호 양보’라는 표현을 썼지만 무역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양보’라는 단어를 꺼냈다는 점에서 중국이 물러설 수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의 협상 카드를 내밀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은 “중·미 쌍방은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며 “최근 미국에서 중국에 관한 부정적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키신저 전 장관은 시 주석에게 “미·중 관계에서는 전략적 사고와 멀리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가운데 부단히 공동 이익을 확대하고 분쟁을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행정부 당시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핵심 인물이며, 중국인들에게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래된 친구)’로 불린다.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외교안보대화에서는 중국의 양보 사항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안보대화 협상차 미국을 방문한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7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중국은 미국과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으며 서로 존중하면서 협력해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협력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그러나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미국은 마땅히 중국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라 발전하려는 권리와 합리적인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첨단 제조업 강국 도약을 위한 ‘중국제조 2025’와 같은 국가 시책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기반한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의 핵심 이익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