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한국말 잘하는 ‘파란눈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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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본대학 후베 교수 화제
MBC에브리원 퀴즈쇼 출연
‘구쁘다’ 뜻 맞추며 우승해
46년 한글연구 저명한 학자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외국인 스타가 탄생했다. 그러나 과거 ‘미녀들의 수다’의 미녀 외국인도, 샘 오취리나 샘 해밍턴처럼 코미디언 뺨치게 웃기는 외국인도 아니다. 환갑을 넘긴 한글학자인 알브레히트 후베(68·Albrecht Huwe·사진)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다.

지난 10월 24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퀴즈쇼 ‘대한외국인’ 2회 방송은 시청자와 네티즌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퀴즈 대결에서 후베 교수가 ‘구쁘다’의 뜻을 맞추며 한국인마저 꺾고 최종 승리한 것. 배 속이 허전해 계속 먹고 싶다는 뜻의 어려운 단어인 ‘구쁘다’를 맞춘 데다, 한국어가 능통한 외국인 할아버지라는 점에서 관심이 커졌다. 다음날 오전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는 실시간 검색어로 ‘구쁘다’가 등장하기까지 했다.

예상하지 못한 인기에 ‘대한외국인’ 측은 7일 재빨리 제작발표회를 열어 프로그램 홍보에 나섰다. 김재훈 PD는 “원래는 4회 파일럿 방송이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뜨겁게 호응해주시면서 6회까지 녹화 촬영을 마쳤다”면서 “이대로라면 내년까지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베 교수님을 비롯한 다양한 외국인 출연자들의 활약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화제의 중심이 됐지만 후베 교수는 예능 출연이 처음이다. 사실 그는 저명한 한글학자다. 1972년 뮌헨올림픽 때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 46년간 한국어를 공부했다. 독일 본대학에서 오랫동안 한국어를 가르쳤고, 퇴임 후 지난해까지 서울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최근엔 ‘훈민정음과 정보기술’을 주제로 한국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6∼9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세계한글작가대회에 주요 토론자로도 참여 중이다.

김 PD는 “후베 교수님이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지만 한글과 한국문화에 대한 퀴즈 대결을 벌인다는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 예능엔 처음 출연하신 걸로 안다”면서 “이름표도 ‘후베’는 ‘후배’와 발음이 같으니까 ‘허배’로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만, 박명수가 진행하는 ‘대한외국인’은 7일 4회 방송에서 시청률 1%를 기록했다. 최종 10단계에 버티고 있던 후베 교수는 ‘하트 시그널2’ 출신의 임현주에게 아쉽게 졌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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