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원전(原電) 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발전하기 위한 정책은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탈원전 정책 수정 요구에 대한 답변이다. 문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원전 수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약속했다. 탈원전과 원전 경쟁력, 탈원전과 수출이 양립하기 어려운 의제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아는 상식이다. 탈원전이 이미 원전 경쟁력에 먹구름을 몰고 온 마당에 문 정부는 그나마 최소한의 연명장치마저 끊으려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2019년도 전력산업기반기금안(案)’에 따르면, 내년 전력기금 사업비 중 신재생에너지에는 62.1%인 1조2084억 원, 원자력 분야엔 8%인 1547억 원을 배정했다. 전기요금에서 3.7%를 떼는 전력기금은 사실상 세금 성격의 정책자금이다. 세부 내역을 보면 더 기막히다. 원전산업 수출기반 구축비는 올해 24억 원에서 내년 12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원전 부품 연구·개발(R&D) 비용과 원전 현장 인력 양성 사업비는 아예 전액 삭감돼 제로(0)였다. 원전 핵심 인력의 이탈은 시작됐고, 신형 원전 기술은 수출이 받쳐주지 않으면 끊길 처지다. 이러고도 원전 경쟁력 강화, 수출 지원을 말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정책 기조가 70년 이어져야 탈원전이 이뤄진다”고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나 궤변에 가깝다. 탈원전이란, ‘원자력 발전 완전 중단’이 아니라 합리적 대안이 없는 현 시점의 무리한 원전 축소 정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2017∼2030년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 비용이 기존 예측보다 최대 146조 원 더 든다고 봤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눈속임도 불사하며 밀어붙인다. 하루라도 빨리 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