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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G20 회의 앞두고 봉합 분위기
갈등 지속은 양국 모두에 부담
그러나 최강국 경쟁은 더 확대

무역 측면만 보면 중국이 불리
국제정치는 힘 앞세운 제로섬
한국, 모호한 관망 태도는 위험

끝이 보이지 않던 미·중 무역 분쟁이 타협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고, 중국과 합의할 것’이며 관련 장관들에게 무역 합의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도 미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니 경제적 타협 분위기 조성에는 성공한 듯하다.

미국은 중국이 통상 분쟁을 해결하려면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지원 중단, 해킹을 통한 지적재산권 절취와 서비스업 시장 개방 및 각종 비관세 장벽 폐지에 대한 실행계획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회담을 열어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양국이 분위기 전환에 합의한 것은 시간을 끌면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기존 경제 악재들이 무역 분쟁과 겹치면서 경제심리까지 급랭하고 있다. 안정적이던 미국 경제도 성장률이나 실업률 등에 적신호가 나타나고 제조업 지수도 하락세다. 정치적으로도 미국은 중간선거를 위해, 중국은 시진핑 리더십 상처 치유의 반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갈등이 양국 모두에 부담이라는 현실적 인식에서 타협 시기가 됐다는 낙관론은 패권 경쟁 성격을 지닌 양국 분쟁의 본질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이를 입증하듯 중국의 작은 화해(a little thaw) 조치를 기대한다던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합의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고 있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합의 자체를 반대한다는 말도 들린다. 중국도 동등한 협상을 통해 무역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하는 등 일방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번 미·중 통상 분쟁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몽(中國夢)이 무역을 통해 부닥치기 시작한 세계 패권 다툼의 전초전이다. 중국몽의 종착점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2차 대전 이후의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미국은, 달러패권에 도전하면서 해양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의 예봉을 꺾어 대미 도전을 단념시키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백악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와 미 의회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이 불공정하게 획득한 이익을 군사력에 투사해 미국의 전략 지위에 도전한다고 인식한다. ‘중국의 부상’을 ‘능력의 부상’으로 간주하는 미국적 인식은 중국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관세전쟁을 촉발했고, 중국의 글로벌 공급 사슬을 재생 불가능케 공격하는 중이다.

사실 무역 분쟁 자체로 보면 중국이 불리하다. 상호 무역액의 차이로 관세 부과 액수가 비대칭일 뿐 아니라, 무역 전쟁의 선제 영향도 중국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대중 압박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문제를 제기하고 남중국해 군사 압박도 하면서, 일본·유럽연합(EU) 등과 반중국 통상연대인 ‘의지의 무역연합(trade coalition of the willing)’ 결성까지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의 압박이 무역 분야에 한정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항전 의지를 강조한다. 오히려 중국 경제 체질 개선의 호기라고 개혁을 독려하면서 직접 대응보다는 내수경기 부양과 적극적 재정·금융정책 카드를 활용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중국의 부상을 위해 반드시 버텨야 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존의 미국 주도 국제 질서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질서의 제정자가 되고 싶은 중국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국제무역은 경제적 차원에서 비교 우위에 따른 절충이 가능하지만,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를 앞세운 타협 없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이제 다자간 자유무역과 미국 주도의 양자 간 관리무역 시스템의 경쟁이 새로운 통상질서를 촉발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북핵(北核) 문제 해결 공조를 위해 대미·대중 관계 설정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나쁜지를 평가하거나 관망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일 상황이 아니다. 경제도 정치외교도 항상 기회와 위기는 병존한다. 일단 지켜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내부적 경쟁은 어찌 됐든 미·중 양국은 표면적으로 타협을 시도할 것이고 결과도 나올 것이다. 정확한 현실 인식을 통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