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내년 2월 방영 퓨전사극서 ‘어사 박문수’役 맡은 권율

이미지 크게보기 위부터 ‘명량’ ‘귓속말’ ‘최악의 하루’

“‘최악의 하루’ 선 잘 달렸고
‘귓속말’큰 역 향한 준비驛”

긴 무명생활 끝 27세에 데뷔
“기회 꼭 올거라고 최면 걸며
부족한 연기 계속 채워왔죠”

“오후되면 집에 문화일보 도착
어릴 때 신문 통해 얻은 정보
배우 된 뒤에도 큰 도움 됐죠”

“초등학생 때부터 신문 보는 걸 좋아했어요. 신문을 통해 열린 시각이 생겼어요.”

반듯한 이미지의 배우 권율(사진)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신문에서 정보를 얻었다”며 “등굣길에 신문을 사서 책상 밑에 깔아놓고 쉬는 시간마다 읽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에서 조간신문을 보다가 아버지께서 어느 날 석간으로 바꾸셨다”며 “우유와 함께 신문이 오는 게 익숙했는데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살구빛 신문이 집 앞에 놓여 있는 게 신기했다”고 창간 27주년을 맞은 문화일보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또 “아버지께 ‘왜 신문을 바꿨냐’고 여쭈니 ‘균형 잡힌 내용을 여유 있는 시간에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답하셨다”며 “어릴 때부터 신문을 접한 경험이 배우가 된 후 많은 도움이 된다. 대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배우로서는 다소 늦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SBS 시트콤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한 그는 2014년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때까지 긴 무명생활을 견뎌냈다. 이에 대해 그는 “데뷔 초기에는 연기를 너무나 하고 싶은데 기회가 오질 않아 많이 지쳤다. 오디션에 나가 번번이 떨어졌다”며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게 너무 힘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 생각하니 데뷔 초부터 많은 기회가 왔다면 지금쯤 지쳐 있을 것”이라며 “‘명량’이 배우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때부터 기회가 오는 것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무명시절을 견뎌낸 동력이 뭐냐”고 말을 건네자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 마음이 아니었으면 무너졌을 것”이라며 “기회가 꼭 올 거라고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며 그때를 대비해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갔다. 그때 많이 ‘저축’해 놓아서 지금 ‘잔고’가 넉넉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의 바른 이미지는 어디서 나온 걸까. 만들어진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를 중요시한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며 “바른 이미지가 배우로서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도 듣지만 그런 문제는 전혀 없다. 권세인(본명)은 예의 바른 사람이지만 권율은 연쇄살인마 등 잔인한 악역도 잘 소화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율은 자신이 해온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네 작품을 꼽으며 기차역에 비유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명량’은 내가 달리기 시작한 출발역이다. 그리고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2015)는 내 열차에 손님이 가장 많이 탄 간이역이었다”며 “또 영화 ‘최악의 하루’(2016) 역에서는 삶은 달걀도 먹고, 사이다도 마시며 처음으로 기차 여행을 즐겼다.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귓속말’은 더 큰 역으로 가는 준비 역이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SBS에서 방영 예정인 퓨전 사극 ‘해치’에서 어사 박문수 역을 맡아 촬영 중인 그에게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모든 순간 작은 요소도 놓치지 않고, 내 생각을 잘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을 원 없이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거라고 믿고 있다”며 “또 내게 사랑을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마음과 물질 모두 풍족하게 보답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치’는 어떤 역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