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은숙, Origin - Pray(Blue)13-12, 116.7×91㎝, 2013

박은숙 개인전 14일까지 열어

“빛으로부터 생명이 탄생하고 우주가 열리며 생명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담아 생명의 탄생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화폭에 담아온 중견 여성 작가 박은숙 화백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M갤러리(02-514-2322)에서 14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순간, 서늘한 기운이 감지되는데 이는 10여 점에 이르는, 박 화백의 작품이 내뿜는 아우라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림 앞에 서면 신비로운 은하와 항성 그리고 대지를 이어주는 영롱한 물방울 같은 원소들이 황홀하고 깊은 심연의 울림으로 화폭에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박 작가는 최근 광활한 하늘과 무수히 빛나는 영롱한 물방울 같은 원소들, 별빛 은하수 등을 원과 삼각형 형태의 선각(線角)으로 표현해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왔다. 특히 선각으로 처리되는 일차원의 교차와 중첩, 그리고 여기서 이뤄지는 융기와 하강의 기하학적 리듬감은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한편 마치 우주가 만들어질 때의 장관을 닮아 있기도 하다. 파란색과 보라색, 오렌지색, 옅은 붉은빛이 어우러진 화면은 우주에 가득한 ‘빛의 환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박 작가는 이와 관련, “창조주가 만들어낸 세계의 행복함을 나누고 싶었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내 마음도 서서히 치유됐고, 전시 때마다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에 행복감을 만끽한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이 추상화이면서도 미술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작품에 담긴 작가의 그 같은 바람과 무관치 않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서울예대 석좌교수는 “박은숙의 작품은 태초의 세계, 빛의 세계, 극미의 세계 등 요컨대 근원의 세계를 예찬하고 그린다”며 “작품 상단에 검푸른 천공(天空)을 넣어 점점이 도열하고 섬광을 발하는 은하를 그리고 그 아래는 머리에 작은 서클을 이고 있는 크고 작은, 일견 산세(山勢)들이 빼곡한 인간세계를 그린다”고 분석한다.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 작가는 홍익여성화가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1982년 발족한 협회는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여성 동문단체로 정기전 ‘홍익루트’를 1년에 한 번씩 열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