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수협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내 구(舊) 시장에 단전 및 단수를 시행하자 상인들이 물차를 이용해 긴급 급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수협 “지난달 30일 사전고지
명도집행 불가능” 최후 통첩
상인들 新시장 주차장 봉쇄

수협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치를 취했다. 수협과 구 시장은 신(新) 시장 이전 문제를 두고 계속 갈등을 빚어왔고, 수협이 소송에서 승리해 법원이 강제 명도집행을 4차례 시도했으나 매번 무산됐다. 노량진 구 시장에 단전·단수 조치가 실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협 노량진수산주식회사는 이날 “구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치를 단행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30일 공고문과 내용증명을 통해 전체 상인들에게 사전 고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은 “고객 및 구 시장 상인들의 영업 피해 최소화를 고려해 오전 9시에 조치했다”고 밝혔다. 수협 관계자는 “대법원 최종승소 판결에 따라 지난달 23일까지 4차례나 명도집행을 시도했으나 상인과 노점상연합회 등의 집단 폭력 행위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명도집행으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집행관 일행과 수협 직원 등은 구 시장에 대한 4번째 명도집행에 들어갔으나 구 시장 상인 등의 격렬한 저항에 막혀 중단된 바 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회장은 “사전 통보는 그동안에도 수차례 형식적으로 해왔던 것”이라며 “사전 고지를 했다고 해도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구 시장 상인 100여 명은 신 시장 앞에서 수협 측 직원들과 격렬히 대치했다. 이들은 신 시장에 있는 수협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고, 일부는 신 시장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주차장 입구에 누워 차량 출입을 막았다. 구 시장 상인 박모(여·60) 씨는 “갑자기 물과 전기가 끊겨 수조의 새우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물탱크를 동원해 수조에 물을 채우기도 했다. 수협 측은 “앞으로 구 시장으로 예비 발전기와 물탱크 등을 반입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이달 9일까지 입주 신청을 받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불법 영업을 중단하고 신 시장으로 입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립된 지 48년 된 노량진수산시장은 시설 노후화 등이 지적된 끝에 2016년 3월 현대화된 신 시장으로 재탄생했지만 구 시장 상인 일부는 신 시장의 가게 면적이 좁고 임차료도 기존 시장보다 비싸다며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이희권·조재연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