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입박람회’기조연설

“수입관세 낮추고 시장 개방
교육·의료 분야 문 더 열것”
美보호무역 반대 재차 피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15년 동안 상품 30조 달러(3경3717조 원)어치, 서비스 10조 달러어치를 수입하겠다고 밝혀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을 ‘수입 확대’라는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을 겨냥해 보호무역주의, 일방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한 시 주석은 또 수입 관세를 낮춰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교육, 의료 등 서비스시장 개방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5일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향후 15년 동안 중국은 개방을 더욱 확대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두 30조 달러의 상품과 10조 달러의 서비스를 수입할 것”이라고 수입 확대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수입하는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시장 접근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지식재산권 위반에 대한 엄중한 집행을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를 언급하며 교육과 의료, 통신 분야 등의 문을 더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환경 조성을 통해 외국 자본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와중에 시 주석이 상품 수입 30조 달러, 서비스 수입 10조 달러의 대규모 ‘수입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국을 비롯해 무역상대국들을 대상으로 돈다발을 풀면서 선심을 사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이 값싼 제품과 위조 상품 등을 통해 전 세계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는 고질적인 국제사회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폭탄’으로 중국을 비롯한 무역상대국에 전방위 통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기존 ‘세계의 공장’ 이미지를 벗고 ‘세계의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열세로 평가받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대항할 우군 확보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 주석은 “개방은 진보를 가져오지만 문을 걸어 닫는 것은 반드시 낙후로 이어진다”며 “개방과 협력은 국제 경제무역의 주요 동력으로 인류는 이런 역사적 규칙에 순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수입 확대 카드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중국이 미국에 맞서 유럽연합(EU) 등에 자유무역 수호를 위한 공동전선 등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해당 국들은 그동안 중국이 보여온 행보와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사실상 거절했기 때문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