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매트 떠났다 복귀
‘링거투혼’ 개인종합 우승
오늘밤 종목별 도마 결선
한국의 여서정과 ‘金대결’
“포기 안하면 누구나 가능
좋은 본보기 되고 싶어요”

‘흑진주’ 시몬 바일스(21·미국)가 세계체조선수권 여자 개인종합에서 사상 최초로 4회 우승을 달성했다.

바일스는 2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제48회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57.491점을 획득, 무라카미 메이(55.798점·일본)와 허드 모건(55.732점·미국)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여자 개인종합은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 등 4개 세부종목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바일스는 도마에서 14.533점(6위), 이단평행봉에서 14.725점(2위), 평균대에서 13.233점(9위), 마루에서 15.000점(1위)을 받았다.

바일스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종합 3연패를 이뤘고, 2년간 매트를 떠났다가 복귀했다.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종합에서 4번이나 우승한 건 체조 사상 바일스가 유일하다. 바일스는 세계선수권에서 통산 16개(금 12, 은 2, 동2)의 메달을 수확했다.

이틀 전 여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 획득을 이끈 바일스는 이로써 2관왕에 올랐다. 바일스는 종목별 결선을 앞두고 있으며, 6관왕을 노린다. 특히 도마에서 한국의 여서정(16·경기체고)과 금메달을 다툰다. 종목별 결선은 2일 오후 10시 30분 시작된다.

바일스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외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바일스에게 체조장은 유일한 놀이터였고,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바일스는 16세였던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여자체조에 걸린 6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쓸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리우올림픽이 배출한 슈퍼스타. 하지만 돌연 매트를 떠났다. 바일스는 “항상 체조장에서 시간을 보냈기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대표팀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자유’를 만끽했다.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났고, TV 예능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했으며, 온라인 대학에 입학해 밀린 학업에 정진했다.

그 사이 미국 체육계를 발칵 뒤집은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행이 폭로됐다. 나사르는 미시간주립대에서 20년, 대표팀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치료를 빙자해 어린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체조 스타 앨리 레이즈먼 등 피해자들이 나사르의 만행을 공개했고, 미시간 카운티 법원은 지난 1월 수백 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나사르에게 최장 17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바일스 역시 피해자. 바일스는 미시간 카운티 법원 선고 직전 트위터를 통해 “나 역시 나사르로부터 성적으로 학대당했다”고 밝혔다. 바일스가 이끈 미국 여자체조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 단체전과 개인종합에서 우승하며 나사르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바일스는 이번 세계선수권 종목별 예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극심한 복통에 시달렸고, 병원에서 신장 결석 진단을 받았다. 도핑테스트 탓에 진통제 처방밖에 받을 수 없었지만 바일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이튿날 ‘링거 투혼’을 펼치며 이단평행봉(2위)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종목에서 1위에 올랐다. 바일스는 개인종합 결선 직후 “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기에 아쉽다”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