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위해 늘 노심초사… 멋진 아들 될게요”

한수원사장賞 이섭리

아빠! 아빠가 군인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이사를 참 많이 다녔던 것 같아요. 전학도 많이 했지요. 어린이집과 유치원만 4번, 초등학교 4번, 중학교 2번, 고등학교도 2번이나 옮겼고 이제 내년이면 수능을 치러야 하는 나이가 되었네요. 전학할 때마다 많은 일이 생겨서 늘 저로 인해 노심초사하셨던 모습이 떠올라요. 초등학교 때에는 가위로 제 눈을 찔러서 검은자위가 터질 뻔했고 그로 인해 시력이 안 좋아져 안경을 쓰게 되었을 때 아빠와 엄마가 얼마나 가슴 아파하셨는지, 제 안경을 맞출 때마다 얼마나 속상해하셨는지 그때는 잘 몰랐었어요. 저의 힘든 것들만 더 크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것을 보니 말없이 힘든 것을 감당하신 뒷모습이 보여요. 본인은 아파도 버티시면서 제가 아픈 것은 참지 못하시는 아빠 생각을 하니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본 글귀가 떠올랐어요. “아파도 괜찮아” “아빤 또 괜찮아”라는 글귀예요. 뭔가 잘 맞는 말 같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 한둘이 아녔어요. 옷을 살 때도 아빠 옷보단 제 옷을 훨씬 많이 사고 밥 먹을 때도 저만 더 비싼 것을 먹이시는 것 같고…. 매사에 늘 저를 생각해 주셨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르네요.

아빠! 저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비록 전학은 많이 다녔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는 않았어요. 공부가 힘들어서 매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고 제 꿈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전국 팔도강산, 저야말로 어릴 때부터 많은 곳에서 살아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덕분에 견문도 넓어지고 전국 곳곳에 친구들이 생겼어요. 지금 다니는 학교도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이 좋고요. 아빠의 바람대로 멋진 아들, 대한민국의 정의를 실현하는 아들이 될게요. 꼭 멋진 법률가가 되어서 아빠가 이 나라와 우리 가정을 목숨 걸고 지키셨듯이 이 나라를 지키는 또 한 사람의 파수꾼, 먼 미래에 아빠처럼 멋진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아빠! 간에 혹 생긴 거 무리하면 안 된다니 과로 조심하세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제 곁에 있어 주세요. 사랑해요!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