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사장賞 송민영

안녕, 우리 엄마, 아빠. 나 민영이야! 내가 어렸을 때부터 표현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엄마·아빠한테 제대로 된 진심을 담아 쓴 편지가 거의 없어서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이 편지로 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뻐.

내가 태어나지 않고 언니만 있었던 때의 우리 가족은 일주일에 1번씩은 꼭 집 근처라도 놀러 갔었대. 그때까지 우리 집은 돈에 얽매이며 살지 않았었지. 아빠가 대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었잖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게 되면서 아빠는 일자리를 잃게 되었어. 빚도 생기면서 우리 가족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때 나까지 태어나며 부모님의 어깨에 있는 짐은 두 배 더 무거워졌을 거야.

가끔 엄마·아빠가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내가 안 태어났더라면 우리 가족은 매우 힘들지 않았을 거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져 있을 때쯤에 “우리 딸이 늦게라도 태어나줘서 정말 감사해. 우리 딸 없었으면 엄마·아빠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말해줘서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 내 생애 가장 큰 행운은 우리 가족으로 태어난 것 같아. 하지만 난 엄마·아빠가 나 때문에 희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 백화점 가서 옷 살 때 엄마는 괜찮다는 말이나 필요 없다는 말 하지 말고 엄마 옷도 사서 입었으면 좋겠어. 난 엄마가 가장 존경스러워. 엄마의 근면함과 인내심이 정말 존경스러워.

아빠는 어쩔 수 없이 택배 기사나 포장마차에서 음식을 파는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내가 친구들이랑 놀 때 아빠를 만나면 내가 창피해할까 봐 피해 주고 모르는 척 해주는 거 알아. 그런 거 하지 말아줘. 난 친구들이 아빠 직업을 알게 되는 것보다 아빠가 자기 자신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는 게 훨씬 더 슬프고 마음이 아파. 나는 우리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내가 행복하길 간절히 기도해주시는 엄마·아빠, 그 정성과 보살핌에 보답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속 안 썩이는 착한 딸이 될게.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