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의용(앞줄 오른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왼쪽)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0일 청와대 정원을 산책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비건 訪韓 기간에 兩國 합의
“北 FFVD 달성 노력의 일환
유엔제재 준수 南北협력 조율”
文정부 경협 속도 사실상 제동
정부 뒤늦게 “세부논의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엔 대북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과 관련, 긴밀한 조율(close coordination) 강화 등을 위한 새로운 워킹(실무)그룹 설치에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고 30일 밝혔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경제 협력에 속도를 높여온 문재인 정부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9∼30일 서울을 방문해 청와대와 외교부, 통일부 등의 한국 카운터파트들을 만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방문의 목적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워킹그룹 구성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이번에 취해진 추가조치(워킹그룹)는 비건 특별대표와 그의 팀이 이끌게 될 것”이라며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게 될지에 대해 내가 앞서 나가 말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워킹그룹이 비건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파트너를 이뤄 운용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방한 기간 외교부,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와 접촉하면서 워킹그룹 구성 필요성을 강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 방문기간 중 워킹그룹 구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는 이날 공식적 언급을 자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 합의가 됐고, 어떤 구성원들이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며 “금명간 이와 관련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한·미 사이에 긴밀한 논의를 위한 기구”라며 “비건 대표가 좀 더 체계적으로 논의를 하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외교가에서 나오는 미·북 고위급 회담 11월 9일 전후 개최설에 대해서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오늘 발표할 것이 없다. 장관이 앞서 말한 것 이상으로 새롭게 발표하거나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비건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회담과 관련해서도 “지금 새롭게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 유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