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證市)가 코스피 지수 2000을 오르내리며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 등락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의 과도한 추락이 의미하는 바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29일에는 코스피 지수의 심리적 지지선 2000이 22개월 만에 맥없이 무너졌고, 코스닥 낙폭은 더 컸다. 30일 오전에는 과도한 하락에 따른 일부 반등도 있었다. 이런 단기적 현상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반전시킬 호재가 없다는 사실이다.

주가 하락이 글로벌 흐름이긴 하다. 미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 분쟁 여파 탓이다. 그러나 한국이 유독 심한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코스닥·코스피 지수는 10월 들어 지난주까지 각각 19%대, 13%대가 빠지면서 세계 주요 30개 증시 중 하락률 1·3위였다. 외국인이 4조5000여억 원을 순매도하는 ‘셀 코리아’가 이어졌다. 현대자동차·아모레퍼시픽 등 우량기업의 잇단 실적 쇼크는 외국인 이탈을 더 키웠다. 투자할 만한 한국 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악재가 해소되면 다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대한 투자자 의구심이 문제다. 정부는 “펀더멘털은 괜찮다”고 말해왔지만, 경제지표상으로도 위기 조짐은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올 경제성장률을 2.7%로 낮췄으나, 이마저 달성이 힘겹다. 투자·고용 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현대차·기아차 3분기 영업이익률이 1% 안팎으로 떨어질 만큼 주력 제조업은 주저앉고 있다. 공유경제 등 신산업에서도 혁신기업들이 설 땅은 없다. 현재·미래의 성장 여력이 소진해가는 한국에 희망을 갖긴 어렵다.

증시 폭락 와중에 이달에만 시가총액 300조 원 가까이 날아갔다. 하지만 정부는 위기의 본질을 잘못 읽고 있다. 5000억 원 증시안정자금 카드만 해도 국내 증시 규모로 볼 때 ‘푼돈’일 뿐이다. 대책 발표 직후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됐으니 금융 당국의 헛발질이다. 투자하고 싶은 나라가 되는 것이 근본책이다. 친노동·반기업 정책은 기업과 시장 활력을 위축시켜 성장을 후퇴시켰고, 증시 추락도 부추긴다. 규제·노동 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증시도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